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사태 닷새째인 23일 피랍자 가족들은 서울 서초구 한민족복지재단 사무실에 모여 아프간 현지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촉각을 세웠다.

피랍자들이 속한 분당 샘물교회와 이번 봉사활동을 주선한 한민족복지재단은 "이번 봉사활동이 이슬람 지역에서의 무리한 기독교 선교활동으로만 여론에 비쳐져 부담스럽다"면서 "현재 봉사단원들의 철수를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박은조 분당 샘물교회 담임목사는 이날 "아프가니스탄에서 원하지 않는 봉사활동은 중단하고 피랍자 이외에 현지에 남아있는 봉사단원들에 대한 철수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박 목사는 이날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샘물교회에서 대국민 사과 메시지를 통해 "일부 오해하는 분들이 있지만 저희들이 공격적으로 선교활동을 하려고 시작한 것이 아니다"면서 "우리는 아프간을 사랑하고 이슬람 문화를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병원,학교 등 아프간이 원하는 방식의 봉사활동은 지속하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한국이슬람교중앙회 등의 종교지도자들은 이날 이태원 해밀턴 호텔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아프간에서 피랍된 한국인들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했다.

이들은 최근덕 KCRP 대표회장,권오성 KNCC 총무,손주영 한국 이슬람교 중앙회 이사장 등의 명의로 발표한 성명에서 "피랍된 사람들은 아프간 유치원과 병원 등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주민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해온 순수한 민간인들로 아프간에 어떤 정치적 적대의식도 갖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영문으로도 발표된 이 성명에는 세계무슬림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파키스탄 출신 미르 칸 마르와트 아시아종교인평화회의(ACRP) 회장도 참여했으며,아랍어 위성방송 알자지라가 취재에 나서 아프간에도 성명내용이 방영될 것으로 보인다.

KCRP는 기독교,불교,유교,원불교,천도교,천주교,한국민족종교 등 국내 7대 종단 지도자들의 모임이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을 통해 피랍된 인질에 대해 "현재 입체적으로 접촉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그러나 아직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무장단체와 다양한 통로로 접촉을 유지하고 있고 현지에 급파된 현지종합대책반을 통해 대통령에게 일일이 보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많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피랍인 구출작전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의 동의없이는 구출작전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협의가 돼 있고,한·미 뿐만 아니라 아프간 정부군,국제 연합군 등에 모두 해당된다"라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아랍 뉴스채널 알자지라와의 인터뷰를 갖고 아프간에서 납치된 한국인들이 선교활동이 아니라 의료봉사 활동을 위해 방문한 것이었음을 적극 강조했다.

국방부 해외파병팀장인 김영식 대령은 이날 오후 국방부 브리핑 룸에서 알자지라방송과 긴급 인터뷰를 갖고 "납치된 한국인들은 선교활동이 아니라 의료봉사 활동 중이었다"며 "아프간에 파병한 한국군도 전투부대가 아니라 아프간을 위해 의료진료와 재건지원을 수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 국방부는 미군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아프간 군 및 아프간 정부와 직접 접촉을 하지 않고 있다"며 "한국 정부대표단이 현지에서 아프간 정부를 통해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청은 중동 지역에 경찰 주재관을 영사로 파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택순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히고 "외교통상부와 해당 국가 경찰기관 등과 협의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이슬람권 중 우즈베키스탄과 인도네시아 등 2곳에 나가 있는 경찰 주재관들이 한국인 납치 사건이 벌어진 아프간 현지 정보를 간접 입수하려고 시도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관련 단체들을 통해 정보를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배석한 강희락 경찰청 차장은 "중동 지역과 인접한 터키 이스탄불에도 주재관을 두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국어 방송채널인 아리랑TV가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한국인 피랍사건과 관련해 아랍어 뉴스 특보를 긴급 편성,아랍 현지의 위성 채널을 통해 방송한다.

아리랑TV는 23일 오후 3시30분(아프가니스탄 현지 시각 오전 11시) 아랍어 뉴스 특보를 편성해 이번 피랍 사건에 대한 한국 정부의 종합대책과 주요사항 등을 아랍권에 내보낼 계획이다.

2004년 아랍 채널을 신설한 뒤 아랍 현지 위성체인 아랍셋(ArabSat)을 통해 매일 6시간 아랍어 방송을 실시해온 아리랑TV는 하루 2회 방송하던 아랍어 뉴스를 이번 피랍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하루 3회로 늘려 방송할 계획이다.

아랍 현지에서만 800만 수신가구를 확보한 아랍셋은 아랍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위성방송이다.

이태훈/박민제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