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토론회서 전망 일치..이유는 제 각각

우리민족서로돕기 평화나눔센터가 11일 주최한 '정상회담의 향방과 기대 효과'라는 주제의 토론회에 참석한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시간의 촉박성이나 한반도 정세 등을 감안할 때 남북정상회담의 연내 성사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데 일치된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들이 성사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는 각각 달랐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남북관계가 "군사적 신뢰구축이나 국군포로.납북자 문제 등 쟁점을 풀 수 있는 단계로 도약해야 할 시기가 왔"지만, "북핵 문제가 본격 제기되면서 남북정상회담을 열기에는 어려운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말이나 올해 초 정도가 적기였는데 시기를 놓쳐 아쉽다"며 "북미관계가 아직 불투명한 상황에서 북한이 왜 남북관계를 논의하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김학성 충남대 평화안보대학원 교수는 "정상회담은 실무자들이 모든 것을 해 놓은 뒤 추인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연내에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6자회담이 한반도 문제의 중심축이 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대북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현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사무처장은 "북한은 지도자의 내부 통치 행위를 굉장히 중시하고 있다"며 "김 위원장이 남측으로 내려왔을 때 그의 지도력 과시에 대한 북측의 기대를 어떻게 충족시켜 줄 수 있겠느냐. 북측이 원하는 모양이 나오기 상당히 어렵다"고 역시 가능성을 낮게 봤다.

남북정상회담의 '대가'라는 관점에서 독특한 분석도 나왔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2000년 6월 정상회담 당시 북측에 지급된 5억 달러에 대한 사법처리 사례가 있기 때문에 그 누구도 현금을 전달하는 일에 관여하지 못할 것"이라며 "대가 문제를 어떤 형태로든 풀지 못하는 한 정상회담은 어려울 것"이라는 독특한 분석을 내놨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외교.안보정책 자문단의 일원이기도 한 남 교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이 노동당 39호실(통치자금 관리 부서)에서 일하기 시작했다는 말이 있다"며 "북한 지도부가 '현금의 추억'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무상의 정상회담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용선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 사무총장도 '대가' 관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의 성사 가능성을 낮게 봤지만, 남 교수와는 다소 다른 측면을 봤다.

그는 "현 정부는 대북송금 특검을 통해 (정상회담의) 대가는 안 된다는 기준을 만들었기 때문에, 북측이 희망하는 별도의 대가를 줄 수 있는 방법도 없다"며 "올해 내로 정상회담이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쌀 문제를 2.13합의 이행과 연계한 남측 정부의 방침은 '남측과 대화하는 것이 비효율적이겠구나'라는 북측의 사고를 더욱 굳게 만들었다"며 "북측은 기본적으로 북미관계 개선을 통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