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석회의 가능성 높아져… 친노vs 비노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25일 전격적인 범여권 합류로 대선 승부수를 띄웠다.

손 전 지사는 이날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가진 회동에서 "김 전 의장이 중심이 돼 추진하고 있는 범여권 대통합은 본인이 추구하고 있는 국민 대통합으로 가는 하나의 길목"이라며 "범여권 대통합에 힘을 싣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범여권과 거리를 둬온 손 전 지사가 입장을 선회한 것은 범여권 분열이 고착화되는 형국인데다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 등 친노 대선주자들이 급부상하는 등 주변 정치 상황이 급변하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이 대목에서 범여권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자신이 대표주자라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여기에는 스스로 '시베리아 벌판'이라고 표현하며 한나라당을 탈당한 뒤 3개월의 독자행보를 통해 선진평화연대를 출범시키는 등 나름의 정치세력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며 탈당 후폭풍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는 자신감도 배어 있다.

또 범여권 제 정파의 '세력 중심' 통합 논의가 대통합과 소통합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며 사실상 물건너감에 따라 유일한 대안인 '후보 중심' 통합론의 물꼬를 트겠다는 의지도 작용했다.

손 전 지사가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만나 "특정세력간의 통합은 안 된다"고 선을 그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손 전 지사의 범여권행으로 '후보 중심'통합론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당장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김부겸 조정식 신학용 정봉주 한광원 안영근 김동철 의원 등 7명이 이날 손 전 지사 지지를 공개 선언했다.

이들은 "손학규 전 지사와 함께 다가오는 17대 대선에서 승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손 전 지사도 "범여권 통합을 위해 불쏘시개나 밀알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고 하나로 뭉치는 데 어떤 역할이라도 하겠다"고 화답하면서 "다만 통합 논의가 기존의 여권을 적당히 얼기설기 재포장하면 국민이 감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전 지사의 소극적 태도로 인해 진척을 보지 못했던 '범여권 주자 연석회의'도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범여권의 대선 경선 구도가 친노-비노 주자 대결로 현실화될 공산도 커졌다.

도토리 키재기지만 범여권 대선주자 중 4강을 굳이 분류하면 손학규-정동영-이해찬-한명숙으로 좁혀진다.

이중 손 전 지사는 비노 세력,이 전 총리는 친노 세력의 대표주자라는 점에서 손 전 지사가 김대중 전 대통령(DJ)과 손을 잡을 경우 노 대통령-DJ의 대리전으로 흐를 수도 있다.

변수는 친노 세력의 범여권 참여 여부와 노 대통령의 견제다.

이 문제를 놓고 각 계파가 갈등을 빚을 경우 범여권 경선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범여권이란 표현에 손 전 지사를 포함하는 것은 국민을 호도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동균/노경목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