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지지율 추이.완주여부 흥행 좌우

당심.경선세부규칙.범여권상황 변수

"마침내 루비콘강을 건넜다."

한나라당 양대 대선주자인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가 11일 당 경선출마 공식선언과 함께 후보등록을 마치고 대권 본선행 티켓을 따기 위한 70일간의 불꽃튀는 경선 레이스의 스타트를 끊었다.

경선후보로 등록하면 경선결과에 불복해 독자출마하는 것이 금지되는 현행 선거법 규정에 따라 양대 주자는 결전의 마지막 순간까지 사활을 건 진검승부를 벌여야 한다.

옆을 돌아볼 틈도, 뒤로 물러설 여지도 없는 외길 승부가 시작된 것이다.

`대세론'을 주장하는 이 전 시장과 `대망론'을 설파하는 박 전 대표는 이날 각기 대리인을 통해 후보등록을 하면서 한 목소리로 `공정 경선'을 통한 아름다운 승리를 다짐했다.

그러나 경선 가도 곳곳에 최대 변수인 검증문제를 비롯해 경선세부 규칙과 범여권 정계개편 등 휘발성 높은 뇌관이 잠복해 있고, 이를 둘러싼 양 주자간 반목과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이 높아 아름다운 경선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두 진영간 사생결단식 경쟁이 진행될 경우 자칫하면 당내 경선이 본선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으나, 예선과정에서 `예방주사'를 맞으면 오히려 본선에 보탬이 될 것이란 희망섞인 관측도 없지 않다.

◇검증변수와 李지지율 변화 = 경선가도 초입에서 최대 변수로 떠오른 후보검증 이슈가 아직까지도 비교적 건재한 이 전 시장의 지지율에 어떤 변화를 초래할지가 주목된다.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은 지난해 추석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타기 시작, 올들어 줄곧 40% 중후반대를 유지했고 한때 50%를 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검증공세가 본격 시작된 지난달부터 지지율이 조금씩 빠지기 시작해 지금은 30% 후반대에서 40% 초반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여론조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20% 포인트 이상 거리를 내줬던 박 전 대표와의 지지율 격차도 현재 10% 포인트 중후반대로 좁혀졌고 , 심지어 일부 여론조사에선 한자릿수대로 바짝 다가섰다는 얘기도 나온다.

조정기에 들어간 듯한 이 전 시장의 지지율 때문인 듯 박 전 대표측에선 "본격적인 검증에 들어가면 지지율을 역전시킬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박 전 대표측은 `에리카 김' 사건을 이 전 시장 공략의 최대 승부처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시장과 관련된 각종 의혹의 중심에 금융사기 사건으로 논란을 일으킨 투자운용회사 BBK 김경준 사장의 누나인 에리카 김이 자리잡고 있다는 게 박 전 대표측의 판단이다.

박 전 대표가 검증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는 `다스'(현대차부품회사) 실소유자 관련 의혹과 핵심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 과거 선거법 위반전력 및 범인도피 의혹, 병역면제 과정을 둘러싼 논란, 재산형성 과정 등도 이 전 시장의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소재들이다.

범여권의 검증압박도 간단치 않다.

열린우리당 박영선 의원과 송영길 의원이 이날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을 통해 이 전 시장의 BBK 관련의혹을 제기하는 등 검증공세에 가담하면서 검증이슈가 예상보다 빨리 전방위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그러나 이 전 시장측은 "더 이상의 지지율 하락은 없다"고 장담한다.

그간 검증을 빙자한 박 전 대표측의 네거티브 공세때문에 지지율이 다소 빠졌으나 앞으로 진실이 드러나면 지지율 회복과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 이 전 시장측은 최근 박 전 대표측의 검증공세에 전면전을 선언했다.

이대로 당하고만은 있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현이다.

이 전 시장측은 그간의 네거티브에 대한 박 전 대표 책임론을 제기하는 것은 물론 '박근혜 X파일'을 만지작 거리는 등 박 전 대표 검증에도 적극 나설 태세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판단에서다.

이 전 시장측이 검증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은 박정희 정권 시절의 정수장학회 강탈 의혹과 전두환 전 대통령이 취임 이후 한동안 박 전 대표를 도왔다는 의혹, 1970년대 구국봉사단 등에서 활동했던 고(故) 최태민 목사와 박 전 대표와의 사적인 관계, 최 목사의 권력형 비리 의혹 등이다.

정수장학회 문제 등에 대해서는 노무현 대통령도 문제제기를 하고 있어 검증공세를 강화하는 박 전 대표측이 `부메랑'으로 돌아올지 모를 반격의 칼날을 어떻게 피할지도 관심사중 하나라 할 수 있다.

◇朴-李 완주할까 = 두 주자의 이날 후보등록으로 경선불참이나 포기, 탈당후 독자출마의 길은 사실상 원천봉쇄됐다.

당 경선후보로 등록하면 경선결과에 불복해 독자출마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현행 선거법 57조2의 2항 때문이다.

이 법은 지난 97년 대선 당시 신한국당 경선에서 이인제 후보가 이회창 후보에게 패배한 뒤 탈당해 독자출마한 사례 등 유사 사례를 막겠다는 취지에서 지난 2004년 신설됐다.

나경원 대변인은 "두 주자의 후보등록으로 탈당과 분당 가능성이 제로가 됐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후보등록을 했다고 해서 분당 가능성이 100%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비록 가능성은 작지만 양측이 끝내 경선 룰 세부규칙에 합의를 이루지 못하거나 검증을 둘러싼 반목과 갈등으로 어느 한쪽이 경선불참을 전격 선언하고, 나머지 군소 후보가 뒤따를 경우 경선 자체가 성립되지 않으면서 경선을 전제로 한 후보등록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 경우 자연스레 `퇴로'가 열릴 수 있다는 얘기이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어디까지나 가정에 기초한 얘기이지만, 그런 사태가 벌어진다면 한나라당 당헌.당규에 의해 결정할 일"이라며 "어느 후보 일방이 불공전 경선을 주장해 시시비비가 가려지지 않는다면 법정다툼으로까지 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완주를 한다 해도 패자가 진정한 의미에서 경선승복을 선언할지는 미지수다.

경선과정에서 치명상을 입게 될 어느 한쪽이 형식적으로 승복만 선언한 뒤 비협조적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심 향배 = 전체 선거인단 23만1천여명의 50%를 차지하는 `당심'(당원.대의원 표심)의 향배도 경선판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 전 시장은 여론조사를 비롯한 이른바 `민심'에서는 박 전 대표를 압도하고 있는 것으로 여론조사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당심에서는 우위를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약간 밀리는 형국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이 박 전 대표측의 검증공세를 이겨내지 못하고 본격적인 하락세로 접어들 경우 당심이 급속도로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양측은 현재 당심에서 서로 우위를 주장하고 있다.

이 전 시장측은 박 전 대표가 `대표 재임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장악해 온 당심을 확실하게 따라 잡았고, 최근 그 격차를 벌리고 있다고 말한다. 최근의 검증국면에서 당심이 다소 흔들리긴 했으나 다시 안정궤도를 찾았다는 것.

이 전 시장은 그 근거로 지난 9일 경기도 파주에서 원내외 당협위원장 내부결의대회를 한 결과 132명이 참석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사고지구당을 제외한 200여곳의 당협위원장 중 65% 가량이 참석한 것으로, 그만큼 당심을 잡고 있는 지역 책임자들을 상당수 확보하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게 이 전 시장측 설명이다.
이 전 시장측은 현행 경선 룰을 적용해 최근 실시한 자체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당심에서의 격차를 벌리며 전체적으로 7천300표 정도를 앞선 것으로 나왔다고 홍보한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측은 한마디로 "터무니 없다"는 입장이다.

원래부터 박 전 대표가 당심에서 10% 포인트 이상 크게 앞선 데다 최근 정책공약 및 도덕성 검증과정에서 이 전 시장의 `허점'이 하나하나 드러나면서 대세에 편승해 옮아갔던 당원.대의원들이 다시 돌아와 지지율 격차가 오히려 더욱 벌어지고 있다는 게 박 전 대표측 주장이다.

박 전 대표측은 특히 당심과 민심을 포함한 전체 여론조사 결과, 지지율 격차가 한자릿수 초반대로 좁혀졌고, 일부 자체 여론조사에서는 이미 지지율이 역전된 것으로 나온 사례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선 세부규칙 = 양측은 `8월-23만명' 이라는 큰 틀의 경선 룰 합의만 했을 뿐 세부 게임의 규칙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견을 노출하고 있다. 시각차가 커 조율이 쉽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검증이슈와 맞물릴 경우 언제든지 경선 판도를 좌우할 수 있는 중대 변수로 부상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우선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해 있는 문제가 8월 경선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책임당원의 자격 문제. 책임당원은 전체 선거인단의 약 30%(7만명 안팎)를 차지한다.

박 전 대표측은 당헌.당규대로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한 책임당원에게만 선거권을 주자는 입장인 반면, 이 전 시장측은 현행 규정으로는 책임당원 숫자를 채우기 어려운 만큼 작년 5.31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선거때처럼 자격기준을 3개월 이상 정도로 대폭 낮추자고 맞서고 있다.

여기에는 `구(舊)당원'일수록 박 전 대표쪽 지지성향을 보이고, 신규 당원들은 이 전 시장측이 당원 배가운동을 통해 참여시킨 케이스가 많아 어느쪽을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선거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셈법이 자리하고 있다.

여론조사 문제도 골칫거리다. 당 경선관리위 산하 여론조사전문가위원회의 결정을 앞두고 양측은 여론조사기관 선정에서부터 여론조사 기법, 설문조항 선정 문제에 이르기까지 세부 조항 하나하나를 놓고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는 어떤 기관, 어떤 방식으로 결정되느냐에 따라 지지율에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론조사 기관의 경우 양측이 각각 선호하고 기피하는 기관이 분명히 갈리기 때문에 선정과정에서 경선 룰 이상의 공방과 함께 합의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양측은 ▲질문방식을 `선호도'로 하느냐 `지지도'로 하느냐 ▲질문을 1차로 끝내느냐 2차까지 가느냐 ▲여론조사 대상을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느냐 경선참여 희망자만을 대상으로 하느냐 하는 등의 문제를 놓고도 대립하고 있다.

양측은 이밖에 선거인단 연령별 구성비를 두고 맞서고 있다. 이 전 시장측은 `인구비'를 도입해 20-30대 젊은층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자는 입장이지만 박 전 대표측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범여권 상황과 경선연기 가능성 = 한나라당 내부 변수 못지 않게 중요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와 달리 대선이 통상적으로 여야 1대1 구도로 진행되는 점을 감안할 때 언제 범여권 후보의 윤곽이 드러나느냐가 한나라당 경선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외견상 범여권 후보가 일찍 부상하면 이 전 시장에게 불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일례로 지난 2002년 대선때 노무현(盧武鉉)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 중 20-30% 가량이 현재 이 전 시장을 지지하고 있는 만큼 범여권 후보가 나오면 이 전 시장측 지지표가 그쪽으로 이동해 가지 않겠느냐는 것.

남북정상회담이 조기에 개최되는 등 한반도 해빙무드가 급물살을 탈 경우에도 로열티가 약한 한나라당 지지층이 이탈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 전 시장측은 "지지율이 8개월 이상 안정세를 유지해 온 것은 그만큼 지지기반이 확실하게 자리잡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범여권 후보가 나온다 하더라도 이탈표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시장측은 오히려 범여권 후보가 나오면 상대적으로 차별성과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지지층 결속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가능성이 극히 낮긴 하지만 일각에선 범여권 상황과 맞물려 경선이 연기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범여권의 후보가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간 대립이 극한으로 치달으면서 어느 한쪽이 `불공정 경선'을 이유로 경선불출마를 선언하는 등 분당위기가 커질 경우 경선연기가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는 주장이다.

(서울연합뉴스) 심인성 기자 si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