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록보다 신선미" 선호도 변화..작년 칸 영화제 호평 계기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는 신인배우가 아니라면 북한 영화계에서 주연배우로 낙점될 것이라는 꿈을 꾸기 어려울 것 같다.

과학자로 일하며 가정에 소홀한 아버지를 미워하는 딸과 아버지의 관계를 소재로 한 `한 여학생의 일기'가 칸 국제영화제에서 "신선하다"는 호평을 받은 이후 북한 영화계에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신인배우들이 주연배우로 속속 출연하고 있다.

`한 여학생의 일기' 주연배우를 맡았던 박미향씨는 물론 한일합병 당시의 항일투쟁을 소재로 한 영화 `평양날파람' 주인공인 리룡훈, 김혜령, 유혜영씨, 조선중앙TV 연속극 `수업은 계속된다'의 주인공 인 김원일씨는 외출을 하면 남의 시선을 의식해야 할 정도이다.

재일본 조선인총연합 기관지인 조선신보도 9일 "영화의 주역배우로 신인배우들이 등장하는 등 조선(북한)영화의 배역 선정에서 변화가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민배우나 공훈배우 등 관록이 있는 배우들이 영화 주인공 역을 독점하다시피했던 관례에 비춰볼 때 북한 영화계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신보는 "영화는 관록있는 배우가 출연해야 품위있는 작품이 되고 인기도 끌 수 있다는 것이 종래 관점이었으나 이런 고정관념이 작년 제작된 `한 여학생의 일기'와 `평양날파람'의 성공을 계기로 깨지고 있다"고 전했다.

관객들도 주연으로 열연하고 있는 신인배우들을 보면서 "이전 영화에서는 가질 수 없었던 신선함을 느꼈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북한의 대표적 영화제작기관인 조선예술영화촬영소도 1961년에 만들어진 연극 `붉은 선동원'을 재공연하면서 전례없이 신인배우 25명을 한꺼번에 등용하기도 했다.

`한 여학생의 일기'와 `수업은 계속된다' 주연배우인 박미향, 김원일씨를 배출한 평양 창전중학교도 이들에 버금가는 신예를 배출하기 위해 `영화배우 조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조선신보는 "영화 창작가들이 신인배우들 속에서 역 형상에 적합한 인물을 선택하는 데 최우선적인 관심을 돌리면서 여러 편의 영화를 제작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