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상황 지켜보다 출마여부 결단할 듯

유시민(柳時敏) 복지장관이 22일 장관직에서 물러나 열린우리당에 복귀함에 따라 향후 행보에 범여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고 친노(親盧) 진영의 잠재적 대권후보로도 거론되는 유 장관이 당내 통합파와 사수파의 대립 상황에서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가 통합논의는 물론 대권구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유 장관은 즉각 당에 복귀해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장관 경험을 담아 건강투자정책을 골자로 한 사회투자전략을 담은 저서 집필에 비중을 두는 `로우키(Low Key)'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즉 유 장관 본인도 우리당이 2.14 전당대회에서 6월14일까지 대통합신당을 추진한다는 결의를 존중한다고 밝혔듯이 당분간 대통합 추진작업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행동 방향을 정하기 위한 잠행을 하지 않겠느냐는 것.
그러나 5월말 이후 전대 결의시한이 다가오고 통합파와 사수파간 힘겨루기가 본격화되면 유 장관도 어떤 형태로든 자신의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유 장관이 21일 기자회견에서 "전대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전대 결의과정이 완벽한 민주적 절차라고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제 개인적으로 달리 생각할 수 있는 바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단서를 단 부분은 쉽게 넘겨버릴 수 없는 대목이다.

실제로 유 장관이 주도했던 옛 참정연(참여정치실천연대) 소속 의원들은 6월14일까지 대통합신당이 성사되지 못할 경우 당 지도부가 '정치적 해산선언'을 해야 한다는 통합파 주장에 반대하면서 '중앙위 부활'을 통해 당을 존속시킨 상태에서 통합작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다시 말해 친노진영의 `스피커' 역할을 했던 유 장관이 이런 국면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고 `우리당 존속론'을 치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자연스럽게 유 장관의 대선 행보와 연결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유 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한 번도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을 목표로 정치한 적이 없다"며 대선출마에 부정적 뉘앙스를 풍겼지만 정치권내에서는 유 장관의 출마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분위기가 강하다.

김태년 의원은 공개석상에서 "유 장관의 출마를 종용하고 있다"고 말하는가 하면, 옛 참정연 소속 다른 의원도 "유 장관의 선택의 폭이 매우 넓다.

출마 여부는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유 장관 지지자 700여 명으로 구성된 가칭 `참여시민진지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유 장관 의사와 무관하게 최근 발족모임을 갖고 내달초부터 본격활동을 다짐하는 등 외곽 지원의 기류도 빨라지고 있다.

당내 일각에서는 유 장관과 이해찬(李海瓚) 전 국무총리가 이미지와 지원세력에서 겹치는 부분이 많다는 점에서 두 사람간 역할분담론 내지는 경쟁관계론이 제기되고 있다.

범여권 내에서는 유 장관의 컴백이 공식화되기 전부터 이 전 총리와 유 장관의 `러닝 메이트설'이 나오는 가 하면 '이 전 총리 대선출마-유 장관 당권장악' 등 각종 설이 등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 전 총리가 대선출마를 결정하면 그의 보좌관 출신인 유 장관은 뜻을 접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떠돈다.

이런 가운데 이 전 총리는 자신의 출마 여부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혔던 종전 입장과 달리 "범여권에서 아무도 나갈 사람이 없거나 절실한 요청이 있다면 모르겠다"며 유보적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이 전 총리는 이날 오전 친노 성향이 주축인 당 동북아평화위 소속 의원들과 조찬모임을 가진 데 이어 저녁에는 친노 의원들과 만찬모임을 갖는 등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날 만찬모임에서는 이 전 총리의 대선출마 여부에 대한 속깊은 얘기가 오갈 것이란 소문도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