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의 당 복귀는 범여권의 통합작업과 대선구도에 적지않은 파장을 예고한다.

유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명실상부한 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잠재적인 대선후보다.통합론자들과 각을 세워온 대표적인 당 사수론자이기도 하다.게다가 "그와는 당을 같이할 수 없다"는 말이 공공연할 정도로 당내에 적이 많다.그런 그가 대통합과 당 해체를 둘러싸고 통합파와 친노파 간에 운명을 건 한판격돌을 눈앞에 둔 시점에 당 복귀를 전격 선언했다.

그것도 4월 사의표명 때 유임의 명분이었던 국민연금법이 여전히 처리되지 않은 상황에서다.그만큼 서둘렀다는 얘기로 정치적 배경이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열린우리당이 크게 술렁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두른 당복귀…당내 갈등

유 장관은 "자신의 거취가 계속 도마에 올라 복지행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사퇴의 이유로 꼽았지만 최근의 복잡한 열린우리당 내 상황과 무관치 않은 것 같다.이미 의원 10여명은 '통합의 밑그림이 그려지지 않으면'이라는 전제를 달아 이달 말 집단탈당을 예고한 상황이고,노 대통령은 '대세론'을 들어 대통합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시간이 갈수록 당 해체에 무게가 실리는 형국에서 친노파는 대통합 문제를 놓고 이견을 표출하는 등 내부 구심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한명숙 전 총리와 이광재 의원이 유 장관의 내각잔류를 기정사실화한 마당에 이뤄진 그의 컴백 자체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친노파의 내부 갈등설이 제기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당 사수의지가 강한 유 장관으로선 당에 돌아가 친노세력의 중심을 잡을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유 장관이 사의 표명에 앞서 20일 노 대통령을 만난 것으로 전해져 유 장관의 사퇴를 '이제 당을 떠날 사람과 남을 사람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노 대통령의 공격적인 메시지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당 안팎에서 감지되고 있다. 유 장관에 대한 당내 반감이 커 그의 복귀를 계기로 당이 자연스럽게 친노와 비노 진영으로 양분돼 대립전선이 더욱 뚜렷해질 것임을 노 대통령과 유 장관이 모를 리 없다는 점에서다.

특히 '참여정부 평가포럼'을 중심으로 한 친노진영의 정치세력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유 장관이 친노세력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경우 이에 반발하는 비노 진영의 2차 집단탈당을 야기,결과적으로 우리당의 핵 분열을 가져올 개연성도 다분하다.

역설적으로 범여권 통합의 물꼬를 터주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 초선의원은 "노 대통령이 대통합을 막아보겠다는 마음이 있는 것"이라며 "이를 탈당 명분으로 삼고 나갈 사람도 적잖이 생기는 등 소용돌이가 일 것 같다"고 전망했다.

◆대선구도 변화예고

유 장관의 복귀는 당내 대선구도의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와 김혁규 의원이 직간접으로 대선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는 만큼 친노세력 내 대선구도가 4자 구도로 바뀌게 된다.당을 사수한 뒤 유 장관을 친노 후보군으로 키우겠다는 노심(盧心)의 반영이라는 해석도 없지 않다."대통령을 목표로 정치해본 적이 없다"는 유 장관의 선긋기에도 불구하고 그의 행보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이재창/강동균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