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측 대표의 기념사가 끝나자 경의선 새마을호 7435호 열차가 17일 오전 11시5분께 문산역에서 500여m 앞에 마련된 플랫폼으로 출발했다.

기관차와 객차 4량, 발전차량 등 모두 6량으로 구성된 새마을호 열차가 힘찬 기적 소리를 내면서 철길을 따라 움직이자 민족 번영의 앞날을 상징하는 오색의 폭죽이 하늘로 치솟았다.

어둡고 아픈 분단의 역사를 뜻하는 연기를 뚫고 열차가 행사장으로 다가오자 이날 행사를 축하하기 위해 모인 파주시민들은 관람석에서 환호성을 질렀다.

평화와 밝은 미래를 각각 뜻하는 녹색과 노란색 등의 폭죽이 하늘을 수놓는 가운데 새마을호 열차는 잠시 뒤 대표단이 탑승하기 위해 마련된 140m의 임시 플랫폼 중간쯤에 멈춰섰다.

기관차 창문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열차가 안전히 멈춰선 것을 확인한 신장철 기관사는 승무신고를 위해 모자를 고쳐쓰면서 기관차 문을 열고 플랫폼으로 내려왔다.

4명의 7435호 열차 승무원과 함께 플랫폼 중앙에 일렬로 선 신 기관사는 이철 코레일 사장과 남북 대표단에게 "경의선 열차 시험운행을 실시하겠다"며 승무신고를 했다.

승무신고를 받은 남북 대표단은 반세기만에 진행되는 열차 운행의 순간을 담기 위해 한반도기가 그려진 계단식 무대에 나란히 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어 노란 도포를 차려입은 고적대의 연주가 울려퍼지면서 남북 대표단의 탑승이 시작됐다.

4량의 객차 가운데 1.4번 차량에는 남북 내빈, 2번에는 기자단, 3번에는 남북측 대표가 각각 운행요원들의 안내를 받아 차량에 올라탔으며 100여명의 사진기자들은 연신 플래시를 터트리면서 이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객차 안의 좌석에 자리잡은 남북 대표들은 환하게 웃는 얼굴로 창밖에서 한반도기를 흔들고 있는 주민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열차 출발시간이 다가오자 무대와 관람석의 시민들은 한 목소리로 "출발"을 힘차게 외쳤으며 7435호 열차는 민족의 염원에 화답이라도 하듯 기적 소리를 길게 한번 울리면서 11시27분 개성을 향해 출발했다.

출발과 함께 플랫폼을 장식했던 흰색 수백개의 풍선이 하늘로 떠올랐고 빚나는 민족의 미래를 상징하는 무지개색의 불꽃이 하늘로 치솟았다.

열차가 출발하는 모습을 문산역 인근에 위치한 아파트와 고층빌딩 옥상에서 지켜보던 수백명의 시민들은 손을 흔들었고 행사장의 관람석에서는 감격의 환호성이 쏟아져 나왔다.

행사장을 출발한 7432호 열차는 북으로 길게 뻗은 철길을 따라 개성으로 성큼 다가갔고 문산역 행사장에서는 타악대 공연이 펼쳐지면서 경의선 시험운행을 축하했다.

이날 행사를 지켜본 문산읍의 김순임(54)씨는 "이렇게 쉽게 갈 수 있는데도 지금까지는 왜 못갔는 지 모르겠다"면서 "남북이 합심해서 앞으로도 열차 운행이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파주연합뉴스) 강병철 기자 solec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