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관문 통과..대륙 넘보려면 北철도 현대화 필수
남.북.러 삼각협력 주목..군사보장.재원분담 난관


반세기 넘게 끊겼던 남북 간 철로를 다시 이어 17일에는 열차까지 시험적으로 달리게 되면서 이젠 남북 정기열차가 철로를 오가고 대륙철도로까지 이어질 날을 손꼽아 기다리게 됐다.

56년만의 남북 열차 운행이라는 상징적 의미는 일회성 행사가 갖는 이번 시험운행의 성격적 한계를 극복할 동력을 제공하고 있고 남북 간이나 남.북.러 3자 사이에 철도협력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이사회(ESCAP) 차원의 아시아횡단철도철도망(TAR)을 위한 정부 간 협정이 체결돼 있으며 정치권에서는 러시아횡단철도(TSR)나 중국횡단철도(TCR)로의 연결까지 염두에 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 합의 이후 7년 만의 시험운행 = 남북이 철도 연결에 합의한 것은 1992년 2월 남북기본합의서에도 명시됐지만 본격적으로 사업이 구체화된 것은 6.15공동선언 직후다.

2000년 7월 제1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경의선 철도 연결에 합의했고 그 해 9월 1일 제2차 장관급회담에서 경의선 도로 연결에, 2002년 4월초에는 동해선 철도.도로 연결에 각각 합의한 것이다.

이에 따라 2002년 9월 18일 역사적인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사업의 착공식이 동시에 열렸고 9개월 만인 2003년 6월 14일에는 군사분계선(MDL)에서 민족의 혈맥을 잇는 궤도연결 행사가 거행됐다.

철도 시험운행이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한반도 동서에 남북으로 놓인 도로가 본격적으로 이용되기 시작한 2004년부터다.

하지만 이어진 철로 위를 다시 달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수 차례 시험운행에 합의해 놓고서도 북측 군부의 부정적 시각에 따라 군사적 보장조치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번번이 이행에는 실패한 것이다.

심지어 작년 5월 12일 제12차 철도도로연결 실무접촉에서는 같은 달 25일로 시험운행 날짜를 처음으로 잡으면서 기대를 높였지만 하루 전날 북측이 군사보장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무기연기하면서 또 성사되지 못했다.

시험운행이 이뤄지는 연결구간은 경의선이 문산-임진강-도라산-MDL-판문-손하-개성에 27.3km, 동해선이 제진-MDL-감호-금강산에 이르는 25.5km에 걸쳐 있다.

다만 북측의 일부 역사와 신호통신체계는 아직 마무리 작업이 필요한 상태다.

지금까지 철도 연결에 투입된 비용은 남측 구간에 3천645억원이, 북측 구간에는 대북 자재.장비 차관 1천523억원과 관련 부대비용을 포함해 1천809억원이 각각 들어가면서 모두 5천454억원이 투입됐다.


◇ 남북간 3단계 개통안 추진 = 시험운행은 일회성 행사지만 개통에 한발짝 다가섰다는 의미가 있다.

정부는 남북 철도 개통을 위해 3단계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와 관련, 이미 북한 철도 현대화를 위한 사전 기초작업에 사용할 수 있도록 올해 남북협력기금에 10억원을 배정했다.

앞서 정부는 이미 북핵문제 해결 이후를 대비해 수립한 포괄적.구체적 경제협력 계획에도 물류, 통신, 전력 등 3대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세우고 물류 인프라로 도로와 철도 현대화 문제를 검토해 왔다.

3단계 방안을 보면 먼저 1단계는 개성공단 관련 물자 수송과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의 통근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들어 있다.

이 가운데 북측 구간내에서만 운행할 수 있는 통근열차가 최우선 과제다.

이미 개성공단 내 북측 근로자가 1만3천명을 넘어서면서 통근버스는 `콩나물 버스'가 돼 버렸고 증차를 하더라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개성공단 물자 수송은 남북을 오간다는 점에서 개통이 이뤄진 다음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핵심 과제는 17일 시험운행 직후 효력이 사라지는 군사보장 대신 영구적인 군사보장합의서를 체결하는 것이다.

군사보장 문제는 한반도 정세의 호전 여부에도 영향을 받는데다 북한 군부를 남북경협의 장으로 본격적으로 끌어들이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많은 만큼 넘어야 할 산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2단계는 개성공단의 남측 근로자 통근 문제와 개성관광용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현재 광화문에서 통근버스가 운행되고 있지만 늘어나는 통근 수요에 대비하고 개성관광이 시작될 경우 관광열차로 활용하겠다는 판단이다.

3단계는 남북간 정기열차를 운행하는 것이다.

2단계가 1단계보다 쉬워 보이지만 3단계는 최고 난이도를 갖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철도의 현대화 사업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도 정기노선의 목표로 서울-평양 구간을 잡고 있다.

북한의 철도가 낙후돼 있어 시속 60km를 밑도는 구간이 대부분이고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대대적인 보수 작업이 뒤따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돼야 할 실정이다.

더욱이 평양이 북한 체제에서 갖는 상징성을 감안할 때 북한이 상당 기간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태도로 일관할 가능성이 짙은 만큼 대북 협의 조차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 TSR.TCR 연결은 장기과제 = 남북 철도의 정기 운행과 함께 한반도종단철도(TKR)이 TSR, TCR과 연결되면서 그동안 닫혔던 대륙으로 향하는 철길을 열어나갈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하지만 남북 열차의 정기운행과 마찬가지로 북한 철도 현대화 문제가 사전에 전제되지 않고서는 `철의 실크로드'는 고사하고 경제성과 안전성을 기대하기 힘든 상태다.

한마디로 장기 과제인 셈이다.

그동안 TSR로 연결하는 논의는 남북과 러시아 3자의 연구기관 사이에 이뤄졌지만 아직 구체적인 노선 조차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TSR의 노선은 부산-원산-두만강-핫산-이르쿠츠크-모스크바에 이르는 1만1천601km이지만 한반도 내에서 동해선, 경의선, 경원선 중에서 어느 라인이 주축이 돼야 할지 정해지지 않은 것이다.

북측은 TSR-동해선 연계에 관심이 있지만 동해선의 경우 우리측 제진과 강릉 사이 118km 구간이 끊어져 있는 게 문제다.

이 구간을 복원하는데 1조5천억원이나 들 전망이다.

더욱이 토지수용 등에 시간이 걸리면 10년 가까이 걸린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경의선의 경우 TSR보다는 신의주를 통해 바로 TCR로 연결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북한 철도에 대한 실사를 거치지 않은 만큼 현대화 사업에 어느 정도의 비용이 들지 알 수 없고 비용 분담 방안도 구체적으로 검토되지 않고 있다.

어림잡아 10조원 가까이 들 것이라는 추산도 있다.

정부는 한반도를 `X'자 형으로 잇는 철도 네트워크를 구상중이다.

평양을 지나는 부산-신의주축과, 서울과 원산, 함흥을 지나는 목포-라진축이 `X'자를 이루고 이 양대 축을 보완하는 동해축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남북노선은 물론 대륙철도 연결을 통해 국제화물을 운송하는 체계를 갖추려면 경의선과 경원선 복선전철화도 필요하고 한반도 철도망과 TSR 등과의 궤간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적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 기자 prin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