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ㆍ통합모임ㆍ민주 '통합논의' 재점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8일 열린우리당에 탈당계를 제출함에 따라 한동안 소강상태를 보여오던 범여권 중심의 정계개편 추진작업이 다시 탄력을 받게될지 주목된다.

노 대통령의 이날 탈당계 제출은 이미 예고됐던 법률적 절차를 밟는 `요식행위'로 볼 수 있지만 이 날을 기점으로 우리당은 여당으로서의 법률적 지위를 상실했고, 정당구도는 여당없는 다당체제로 재편됐다.

한나라당이 명실상부한 원내 제1당으로서 대선후보 경쟁에서 독주체제를 굳혀가는 가운데 여타 정당들이 대항구도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합종연횡을 모색하는 구도전개가 불가피해 보이는 것.
우선 우리당은 노 대통령과의 법적 연계고리가 끊어짐에 따라 이전보다 자유로운 위치에서 대선정국에 임하면서 정부정책에 대해서는 `정신적 여당'으로서 뒷받침하는 입장을 취할 것으로 예상되고, 통합신당모임과 민주당, 민생정치모임 등과의 정계개편 주도권 경쟁에 한층 속도를 높일 전망이다.

우리당은 이날 오전 노 대통령의 탈당계가 접수된 직후 시내 백범기념관에서 대통합신당추진 연석회의를 출범시키고 신당추진의 기본 방향과 일정에 대한 논의에 착수했다.

15명 안팎으로 구성되는 통합추진기구에는 정세균(丁世均) 의장을 위원장으로 김원기(金元基) 문희상(文喜相) 상임고문, 배기선(裵基善) 유인태(柳寅泰) 이미경(李美卿) 이경숙(李景淑) 임종석(任鍾晳) 박병석(朴炳錫) 박명광(朴明光) 민병두 의원과 몇몇 원외인사들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의 탈당을 계기로 친노그룹인 의정연구센터는 내부적으로 해산을 결의했고, 참여정치실천연대는 해산은 하지 않기로 했으나 활동 방향의 전환을 모색키로 하는 등 당내 세력구도에도 변화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와 관련, 참정연 대표인 김형주(金炯柱) 의원은 "대통령은 실질적, 정신적으로 여전히 당과 함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대통령의 탈당은 불필요한 논란을 사전에 제거함으로써 여권 정계개편에 간접적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우리당이 신당추진의 속도를 내는 데 대해 탈당파 교섭단체인 통합신당모임은 "우리당 주도의 통합신당 추진은 무의미하다"며 평가절하하면서 외부세력 접촉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통합신당모임 양형일(梁亨一) 대변인은 "우리당이 어떤 형태로 통합수임기구를 구성하든간에 우리당이 주도하거나 우리당이 중심이 되는 통합신당은 불가능하다는 게 정치권과 국민의 공감"이라며 "우리당이 통합신당 추진기구를 띄우더라도 그게 실효성이 있을 지는 시간이 밝혀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계개편의 중요축인 민주당의 경우 오는 4월3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소속 의원들의 선도탈당론을 놓고 당내 논란이 불거져 주목된다.

민주당의 대주주격인 한화갑(韓和甲) 전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탈당문제가) 지도부에서 합의가 되면 좋고, 안되면 국회의원들이 그런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며 "국회의원 숫자가 적은 민주당은 (정계개편의) 주류가 될 수 없지만, 통합과정에서 민주당이 가진 역사정, 정통성, 정체성이라는 재산이 가미되지 않으면 어떤 의미도 없다"며 정통성을 살려나가되 의석 기득권을 버릴 것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효석(金孝錫) 원내대표는 "중도개혁세력이 모인 민주당의 의원들이 탈당하고 결별해야 할 아무런 대의나 명분이 없고, 우리당의 한지붕 두가족이 깨져야 한다"며 4.3전대와 4.25 재보선 결과를 지켜본 이후에야 탈당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 기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