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기존 입장을 바꿔 조기 탈당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은 열린우리당의 분당사태 이후 국정운영 방향의 궤도수정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원내 1당에서 2당으로 전락하면서 당정 간 구심점을 상실한 현 상황에서 당적을 보유하는 것보다는 일정 부분 한나라당의 정책적 협조를 받아내면서 임기 말 미래과제 해결에 전력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또 남은 1년간 국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9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를 공정히 관리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당적 정리와 중립 내각 구성이라는 전제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지난달 말 신년 기자회견까지만 하더라도 "아무도 반가워하지 않은 중립내각 하면 뭐하나"라는 부정적 입장에서 180도 말을 바꾼 데는 복잡한 여당 내 사정도 감안됐다.

열린우리당이 분당에 버금가는 대규모 탈당의 고통 속에서 새롭게 출발한 현 시점에서 여전히 자신이 여당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것이 고민의 핵심이었고,결국 당의 활로를 터주자는 차원에서 먼저 탈당하는 것이 낫겠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개각 역시 이러한 차원에서 이뤄지는 만큼 분위기 쇄신이 아닌 중립내각 구성에 방점이 찍혀 있다.

윤승용 청와대 홍보수석은 당적 정리와 개각은 맞물려서 돌아가는 것이냐는 질문에 "상식에 입각해서 판단해보라"고 밝혀 이 같은 관측을 기정사실화 했다.

이에 따라 현역 국회의원으로 여당 당적을 갖고 있는 한명숙 총리의 교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후임 총리의 인선도 안정적 내각관리를 목표로 지역적 중립성에 정치적 색채가 없는 인물을 기준으로 해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시민 보건복지,이상수 노동부 장관의 거취도 중립내각 구성 취지에 맞게 당 복귀 쪽으로 결론이 내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청와대 일부 참모 중에서는 시기상조를 거론하며 조기 탈당을 만류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어 최종 결론이 어떻게 날지는 다소 유동적이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상황이 완료되지 않았다"며 대통령의 최종 결심이 아직 내려지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