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안 부결시..정치적 책임과 무관"

이병완(李炳浣) 대통령 비서실장은 24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안 발의 시점과 관련, "제 생각에는 설연휴 후가 어떤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이날 낮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중앙언론사 논설위원들과 가진 한국언론재단 주최 포럼에서 "(설연휴) 전이 좋을까 후가 좋을까 검토중인데, 개헌의 기술적인 뒷받침을 할 정부기구 구성과 설연휴 등을 감안해 발의시점을 검토하는 게 필요하지 않겠느냐"며 이같이 밝혔다.

이에 따라 노 대통령은 설 연휴(2월17∼19일)가 지난 내달 하순께 개헌안을 발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이 실장은 `개헌안에 정.부통령제도 포함시키느냐'는 질문에 "정.부통령제를 포함하면 일종의 권력구조 문제와 연관되기 때문에 하지 않을 것"이라며 "권력구조 부분에 손을 안대는 것이 현시점의 1단계 개헌"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발의 개헌안이 국회에서 부결될 줄 알고도 발의한다면 결과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는 한나라당 이재오(李在五) 최고위원의 주장과 관련, 그는 "대통령이 (발의 개헌안) 결과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할 지 모르지만 정치적 책임과 연관시켜 생각할 것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 실장은 `국회 상황이 유리하지 않는데도 개헌이 될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올해는 여당이나 야당이나 유동성이 급격히 커지는 시기가 아닌가 본다"며 "정치가 어떻게 최선의 노력을 하느냐에 따라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이 개헌 협조를 얻어야 할 한나라당을 설득하려 하지 않고 비판만 하려 든다는 지적을 받고
이 실장은 "한나라당이 취하고 있는 태도의 비논리성을 분명히 짚어줌으로써 개헌 논의과정이 풀릴 수도 있고, (그렇게 하기 위한) 압박으로 볼수도 있다"며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현재 `사분오열'의 위기에 처한 열린우리당 내분사태와 관련, "여당의 상황이 지금 그렇게 좋은 여건은 아니다"라며 "개헌 발의 국면에서 이런 게 장애가 되지 않겠나 하는 지적은 공감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다음 대통령은 축복받는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 뒤 "참여정부가 20∼30년 묵은 과제들에 종지부를 찍고 지금 해놓으면 다음 대통령에게 상당히 유용한 정책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또 개헌만 되면 다음 대통령은 (추가) 개헌 논의를 하더라도 큰 혼란없이, 정치적 쟁점없이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을 일률화시켜 보는 시각이 이제는 바뀔 때가 됐다"면서 노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위해 정치인생은 걸었지만 목숨을 걸지는 않았고 ▲지역이든 군부든 세력에서 벗어나 시대적 흐름이나 변화속에서 태어난 첫 대통령이고 ▲해방 이후 출생 첫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역대 대통령과 차별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과정에서 형성된 대통령의 캐릭터를 중요하게 보고, 대통령의 캐릭터가 독특하건 유별나건 의미있는 과정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