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헌개정 재시도" vs "전대 연기해야"… 신당추진.선도탈당.당해체 갈림길에

열린우리당 전당대회준비위가 대통합신당을 추진키로 결정을 내린 지 하루만인 19일 당헌 개정안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지면서 2.14 전당대회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지는 등 통합신당 추진이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중앙위원회를 재소집, 당헌개정 절차를 다시 밟아 전당대회를 예정대로 개최한다는 입장을 확인했으나, 당사수파 당원들은 비대위를 즉각 해산하고 전당대회도 연기해야 한다고 맞서 대통합신당이라는 대의명분으로 일시 봉합됐던 신당추진 갈등이 재연될 조짐이다.

특히 법원결정에 따라 당헌개정 이전의 기간당원제로 전대가 치러질 경우 사수파에게 유리할 수 밖에 없다며 신당파 일각에서 마저 전대 무용론과 선도 탈당론이 제기되고 있어 우리당은 신당창당 추진과 분화.해체의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근태(金槿泰) 의장 주재로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 직후 열린 긴급 비대위회의에서는 중앙위를 재소집해 재적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 당헌개정을 한 뒤 당초 일정대로 내달 14일 전대를 개최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목희(李穆熙) 전략기획위원장은 "가처분신청 인용이 비대위 활동이나 전당대회 진행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며 "이번 결정으로 지도부 사퇴를 주장하는 것도 무책임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가처분신청을 제기한 사수파 당원 11명은 오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절차적 문제 때문에 당헌개정 효력 정지 결정이 났다고 해서 중앙위를 다시 소집, 절차를 밟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그렇게 진행되면 더 큰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중앙위 권한을 다시 회복해 정상적 절차와 의제를 설정해 정상적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며 "비대위는 즉각 해산하고 내달 14일 전당대회도 물리적으로 어려우니 연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당파 5개 모임과 사수파 그룹인 혁신모임은 오후 각각 별도 모임을 갖고 당헌개정 효력 정지 결정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신당파인 정봉주(鄭鳳株) 의원은 "기간당원제로 전당대회를 치르면 사수파가 다수로 부상, '도로 열린우리당'밖에 안된다는 이유로 전당대회 무용론이 제기됐다"면서 "전당대회 전에 탈당해야 한다는 분도 있었지만 전당대회 후 '도로 열린우리당'이 되면 그 때 가서 탈당해도 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사수파인 김형주(金炯柱) 의원은 "전당대회 준비위가 법원 결정을 존중하면서 갈무리하면 전당대회일정이 변경되지 않아도 된다"며 "핵심은 기존의 기간당원제로 전대를 치르면 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서울 남부지법 민사51부(부장판사 박정헌)는 19일 우리당 기간당원 11명이 지난달 29일 우리당을 상대로 제출한 당헌개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관련, 당헌상 중앙위가 비대위에 당헌 개정권을 재위임할 수 없고 비대위의 성격상 당헌개정권을 행사할 수 없다며 당헌개정 결의의 효력 정지 및 개정 당헌의 집행 정지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중앙위가 비대위에 당헌 개정권을 위임할 수 있거나 비대위가 독자적인 당헌상 기관으로서 당헌 개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당헌이 엄격한 요건 및 절차에 의해 개정되도록 하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적어도 그 재위임을 위한 결의에 있어서는 당헌 부칙 제1조가 정한 당헌 개정 정족수인 `재적 중앙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요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추승호 기자 ch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