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항쟁 지도부 오찬.."퇴임후 뒤에서 노력 보탤 생각"

노무현 대통령이 19일 1987년 6월 항쟁을 이끌었던 재야인사 14명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 간담회를 하며 20년전 '그날의 의미'를 함께 되새겼다.

노 대통령은 취임 후 매년 6월10일께 재야 인사들을 청와대로 불러 위로했지만 올해가 6월 항쟁 20주년인 데다 민주화세력이 이룩한 '87년 체제'를 종식하는 4년 연임제 개헌을 제안한 터라 회동 일정을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과거 민주화 투쟁의 선봉에 섰던 이들을 상대로 개헌 제안의 취지를 설명하면서 이해를 구하고 재야의 의견도 경청했다.

노 대통령은 개헌 외에도 퇴임 후 행보를 둘러싼 세간의 관심사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의중을 피력해 관심을 끌었다.

노 대통령은 퇴임 후 구상과 관련, "한국의 정서가 대통령제 국가여서 대통령을 마친 사람이 정치를 또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전제, "내각제에서는 총리를 마친 뒤 정치를 하지만 (대통령제에선) 정치를 현실적으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퇴임 후 지역구도 타파를 명분으로 국회의원이나 광역단체장 등 공직선거에 출마한다고 한다'는 풍문을 일축하는 발언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노 대통령은 "(재야) 여러분들이 정치를 하지 않으면서도 한국사회의 미래를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듯이 저 또한 대통령 한번 했다고 편안하게 일생을 보낼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젊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꿈을 주기 위해 수많은 실수와 성공에 대해 얘기하겠다"는 것이 노 대통령의 생각이다.

노 대통령은 또한 퇴임 후 정치활동 여부와 관련해선 "열린우리당이 지금 흔들리고 있지만, 열린우리당은 우리당대로 또 민주노동당은 민노당대로 각기 자기 구심을 굳건하게 세워서 가는데, 멀리 뒤에서 조그마한 노력이라도 보탤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노 대통령은 퇴임 후 농촌공동체와 생태계 복원 등 지역사회 봉사활동과 정치ㆍ언론 선진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고, 그런 의사를 이날 '민주화 동지'들 앞에서 재확인한 셈이다.

결국 퇴임 후 공직선거 출마를 배제한 채 국가원로의 한 사람으로서 왕성한 정치.사회적 활동을 펴나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란 해석이다.

노 대통령은 이틀 전 중앙언론사 편집.보도국장단 간담회에 이어 이날도 "87년 이래 역사를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보면 한국 만큼 큰 업적을 가진 나라가 없다"며 민주화세력 무능론을 거듭 일축했다.

노 대통령은 민주화세력의 주요 성과로 민주.인권사회 정착, 정치.경제발전, 정부선진화, 특권구조 해체를 꼽았다.

다만 노 대통령은 유독 언론과 지자체에 대해 각각 "한국사회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특권적 권력", "오랜 부정부패와 관료적 특권이 습관으로 남아있는 곳"이라고 지적하는 등 부정적 인식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노 대통령은 "항쟁지도부가 국민에게 공개적으로 제시했던 목표는 일단 거의 완결이 되었다"고 평가하며 "그들의 땀과 피의 가치가 결코 헛되지 않았다"고 추켜세웠다.

노 대통령은 "10년, 20년 뒤 언론 자료와 정부 자료를 갖고 대조하고 평가해보자"는 편집.보도국장 간담회 언급을 상기시키면서 "한편으로는 아직도 역사를 이렇게 가로막고 되돌리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20년의 승부를 경쟁자로서 걸어보자는 생각이고, 앞으로도 그런 자세로 걸어가겠다"고 다짐했다.

답사에 나선 함세웅 신부는 노 대통령에게 "너무 건강한 모습을 뵙게 돼서 반갑다"며 아세안+3 정상회의 기간에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는 사실을 상기시킨 뒤 "독감 바이러스를 쫓아내듯이 잔존세력들을 쫓아내야 된다"고 말했다.

박형규 목사는 대선을 앞둔 여권의 지리멸렬한 상황을 의식한 듯 "저희들 뿐만 아니라 6월 항쟁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그야말로 큰일났다"며 위기감을 토로한 뒤 "그러나 우리 민족은 이번에도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12시부터 2시간40분간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서는 특히 "우리 대통령인데 지난 4년간 같이 하지 못했다" "죄송하고, 회개하며 반성한다" "1년 남았는데 이제부터라도 도와드려야겠다"는 참석자들의 자기반성과 다짐이 잇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시민단체들이 흔쾌하게 돕지 못하고 전선에서 분열했으나 큰 길에서는 결국 같이 가는 것"이라며 "남은 1년 동안 같이 갈 수 있는 방법이 뭔지 고민해보자"고 말했다고 김정섭(金廷燮) 청와대 부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이번 시기가 아니면 개헌하기 어렵고 이 징검다리를 건너야 다음에 본격 개헌논의를 여러 의제를 담아 할 수 있다"며 지원을 요청했다.

재야인사들도 '기념묘역 조성'(이한열군 어머니 배은심씨), '민주화유공자 예우'(박종철군 아버지 박정기씨) 등을 건의했고, 노 대통령은 "챙겨보겠다"며 관심을 표시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기자 j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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