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심성 민원예산↑, 대북지원 예산↓

사학법 재개정과 맞물려 여야가 치열한 기싸움을 거듭한 끝에 27일 새벽 통과된 새해 예산안의 특징은 내년 경기전망과 대선을 염두에 뒀다는 데 있다.

내년 경기하강 우려를 감안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대폭 확대했고 산업 및 중소기업 지원 관련 예산을 큰 폭으로 늘린 반면 사회복지 예산은 크게 삭감돼 전반적으로 성장을 우선시했다는 평가다.

아울러 내년 대선을 겨냥해 지역에 대한 선심성 예산이 대폭 반영돼 정부가 내놓은 예산안에서 증액된 사업이 적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또 과거 예산심의에서 '사각지대'로 통했던 국방예산과 공무원경비 예산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대폭 '칼질'을 당했고 최근 북한 핵실험 사태로 인해 대북지원 예산이 대폭 삭감된 것도 눈에 띈다.

지난해 헌정사상 처음으로 제1 야당의 불참속에 통과된 데 비해 올해는 20여일에 걸쳐 심도있는 논의끝에 여야 합의로 예산안이 통과됐다는 점은 긍정적인 측면이란 게 예결위의 자평이다.

◇대선용 선심사업 등 대폭 증액 = 예결위 심의과정에서 증액된 1조4천억원 가운데 농림.해양.수산 관련 사업(3천800억원)과 수송 및 교통.지역개발 사업(3천790억원)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대부분 농어촌 및 지자체 현안사업과 관련된 예산으로, 다분히 내년 대선을 겨냥한 선심성, 민원성 예산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항목별로는 수리시설 개보수와 중규모 용수개발 관련 예산이 각각 300억원 늘어났고 정부추곡 수매예산도 당초보다 648억원 증액됐다.

또 여수국가산업단지 및 대구봉무산업단지 진입도로 예산도 당초보다 각각 100억원 늘어났다.

특히 이번 예산심의에서 고속도로와 국도 등 각종 도로건설 예산이 대부분 증액된 것은 내년 경기둔화에 대응해 건설경기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됐다.

이와 함께 경제활성화를 위한 성장동력 확충을 위해 과학기술.통신 예산 448억원, 산업 및 중소기업 예산 897억원을 각각 증액했다.

이밖에 독도관리선 건조 예산 15억원이 증액됐고 명동성당 등 문화재 보수정비 예산 100억원, 인문사회학술연구 조성사업 예산 200억원이 각각 늘어났다.

◇국회 예산조정 사상 최대 순삭감 = 이번 예산심의 과정에서는 정부예산안(일반회계+특별회계)에서 2조7천600억원이나 삭감됐다.

증액된 1조4천억원을 빼면 순수하게 잘려나간 액수가 1조3천500억원에 달한 셈이어서 국회 예산 조정사상 최대규모의 순삭감을 기록했다.

한달 가까이 진행된 삭감 심의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것은 국방예산과 대북지원예산이었다.

국방예산 가운데는 용산미군기지 이전사업 예산 831억원, 단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천마) 사업예산 191억원, 한국형 기동헬기사업 예산 174억원 등 모두 3천450억원이 잘려나갔다.

계수조정소위에서 막판까지 논란이 됐던 대북지원 예산의 경우 남북협력기금에 대한 일반회계 출연금이 당초 6천500억원에서 5천억원으로 1천500억원 축소됐다.

이에 따라 비료지원과 식량차관 예산이 작년 수준에서 동결됐으며 금강산관광 관련 예산도 30억원 삭감됐다.

헌법재판소 도서관 신축사업 예산으로 올라온 108억원은 기존 도서관을 개.보수해서 사용하라며 예결위가 12억원으로 줄였고 일제강제동원피해자 지원 예산(1천500억원)을 비롯해 법 제.개정이 수반되지 못한 예산도 총 1천609억원 감액됐다.

이밖에 각 부처 홍보예산 50억원, 혁신예산도 19억원 잘려나갔으며 대통령 비서실 인건비(12억원), 청와대 국정평가.

홍보 예산(1억원) 등도 예상보다 큰 폭으로 축소 조정됐다.

한편 세입예산 가운데는 담배 한갑당 500원 인상을 전제로 계상된 국민건강증진기금 세입 7천억원이 삭감됐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huma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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