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진척 없으면 구속연장 차질 예상

국가정보원은 장민호(44.미국명 마이클 장)씨와 그가 구성한 '일심회' 조직원 4명의 1차 구속기한을 앞두고 구속영장에 제시한 혐의를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국정원은 장씨 등에게 적용한 혐의가 구속기간을 한차례 연장할 수 있는 국가보안법 위반(회합ㆍ통신 등)이어서 이달 중순까지 신병을 확보한 채 수사를 계속한다는 방침이지만 성과가 미진할 경우에는 수사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법원이 증거 불충분 등의 이유로 구속 기간을 늘려주지 않으면 국정원은 관련 사건을 즉시 검찰에 송치해야 한다는 점에서 1차 구속기한인 금주 말이 수사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구속 기간 연장될까 = 국정원이 장씨와 민주노동당 전 중앙위원 이정훈씨, 학원사업자 손정목씨를 체포한 것은 24일 오전이고 민노당 사무부총장 최기영씨와 장씨의 회사 직원 이진강씨를 연행한 것은 26일 오전이다.

이들은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에 대한 법원의 실질심사를 거쳐 26일과 28일 각각 구속됐다.

체포 이후 기소까지 조사 기간은 일반 범죄의 경우 20일이지만 국가보안법 사범은 불고지죄 등을 제외하고 경찰 또는 국정원이 10일, 검찰이 20일 각각 연장할 수 있어 총 50일이다.

따라서 국정원이 이들을 조사할 수 있는 시한은 장씨 등은 이달 3일, 최씨 등은 이달 5일까지이고 10일 더 연장하기 위해서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공안당국은 최씨 등의 경우 연장 신청 시한이 휴일인 점을 감안해 장씨 등과 함께 일괄적으로 3일께 연장을 신청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 기간을 늘리려면 '원칙적으로는' 1차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 제시했던 구속 필요 사유가 10일간의 수사를 통해 얼마나 확인됐는 지가 제시돼야 하고, 추가적인 사유까지 포함돼야 한다는 게 법원 의 입장이다.

반면 구속기간 연장 신청 사유가 당초 구속영장 청구 사유와 같다고 하더라도 "혐의 사실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면 '아주 이례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법원이 연장을 허가한 만큼 이번에도 이변이 없는 한 구속기간이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공안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구속영장을 청구할 당시의 혐의만으로 조사 기간을 연장하는 문제를 놓고 법원과 공안당국이 신경전을 벌일 소지가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더욱이 최근 법원이 피의자 인권보장이나 불구속 수사 원칙 등을 이유로 검찰이 청구하는 영장을 기각하는 사례가 많은 점을 감안하면 수사에 진전이 거의 없다면 구속 기간 연장 신청이 거부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법원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 수사기간 연장 관건은 = 장씨 등이 혐의 내용을 완강하게 부인하고 묵비권 행사나 단식 등을 통해 국정원 수사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압수물 분석 등을 통해 이들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단서나 증빙자료가 추가로 얼마나 확보됐는 지가 구속기간 연장 여부를 가름하는 관건이다.

최대 관심사는 국가보안법의 회합ㆍ통신과 잠입ㆍ탈출 혐의로 구속된 장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간첩의 범주에 포함하려면 국가보안법 4조1항의 '국가기밀 탐지ㆍ수집ㆍ누설ㆍ전달 또는 중개' 등의 혐의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

장씨 본인은 부인하지만 실제 북한에 들어가 노동당에 입당한 뒤 공작금을 수령하고 수행할 임무에 대한 지령을 받았는지, 그가 조직원을 통해 수집해 넘긴 정보가 국가기밀인지 등에 대한 입증이 필요한 것이다.

과거 송두율 교수가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선출돼 북한을 위해 활동해 `반국가단체인 북한을 위한 지도적 임무에 종사'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항소심에서 후보위원으로 선출된 사실이 입증 안 돼 이 혐의는 무죄가 선고된 바 있다.

다른 조직원의 경우는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공작원을 접촉한 혐의(국가보안법 상 회합ㆍ통신)를 뒷받침할 물증을 확보했는지, 장씨가 북한의 지령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각종 자료를 제공했는지 등을 입증할 자료나 단서를 확보했는지가 구속 기간 연장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이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으로부터 모종의 지령을 받았다면 공안당국은 잠입ㆍ탈출 혐의도 추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사업차, 또는 휴가차 중국을 방문했고 '일심회'는 들어본 적도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혐의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서는 물증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국정원은 구속영장에서 제시한 혐의 등을 뒷받침할 다양한 자료 수집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번 주말까지 어떤 수사성과를 법원에 제시할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강의영 기자 key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