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31일 북한이 1년여 동안 거부해온 북핵 6자회담에 조건없이 복귀키로 합의한 것을 환영하면서도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는 지속될 것이라며 북한을 여전히 압박했다.

안보리 결의라는 대북제재카드를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으면서 6자회담을 통해 북핵을 완전폐기한다는 미국의 목표를 성취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한 것이다.

미 행정부는 우선 북한의 집요한 직접대화 요구에도 불구하고 6자회담을 고수해온 전술이 주효했다며 북한의 회담 복귀를 크게 환영했다.

이라크 사태로 대외정책에서 궁지에 몰리고 있는 조지 부시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1주일 앞둔 가운데 큰 외교적 성과를 이룬 데 대해 만족감을 감추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6자회담이 재개되게 돼 기쁘다"면서 "중국에 감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이번 합의로 유엔 안보리의 북핵 결의를 이행하려는 미국의 노력을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6자회담 재개만으로 대북압박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우리는 유엔 안보리 결의가 이행되는 것을 확실히 하고 (회담이 열리면)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성취할 수 있는, 효과적인 회담이 되도록 하기 위해 그 지역(동북아)에 팀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의 목표가 북한의 핵무기와 핵프로그램을 검증할 수 있는 방법으로 폐기하는 것임을 재확인했다.

크리스토퍼 힐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도 베이징 기자회견에서 "유엔 안보리의 1718호 결의는 유효하며 (6자회담과) 서로 다른 트랙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못박은 뒤 "북한은 안보리 결의를 싫어하겠지만 그것을 종결시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비핵화"라고 강조했다.

6자회담에서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얻으려고 시도할 지 모르는 북한의 의도를 미리 차단하고 북한의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는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대북당근책'도 빼놓지 않았다.

미국은 그동안 회담재개에 최대 걸림돌이 돼왔던 대북금융제재 문제를 6자회담에서 다룰 것임을 밝혔으나 의제로서 큰 비중을 두지는 않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힐 대표는 "미국의 금융제재에 대한 북한의 우려를 다루게 되겠지만 실무그룹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밝힌 뒤 "평양당국은 달러화 위조를 포함한 `불법행위'를 포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미국 내부에선 회담 재개 합의에도 불구하고 회담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지 여부에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힐 수석대표부터 "우리는 아직 목표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

나는 아직 샴페인을 터뜨린 것도 아니다"면서 회담재개를 위해선 사전에 많은 정지작업이 필요함을 지적했다.

힐 대표는 향후 재개될 회담에서 작년 9월 합의한 공동성명에 대해 실질적으로 협상하기 위해선 모든 관련국들의 집중적인 준비가 핵심이라면서 구체적인 쟁점으로 ▲북한이 궁극적으로 핵프로그램을 폐기하기 위해 어떻게 조치를 취할 지 ▲한국이 북한에 전력을 공급키로 한 제안을 어떻게 구체화해 나갈 지 ▲미국의 금융제재를 논의할 실무협의기구를 어떻게 마련할 지 등을 거론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를 주도해온 존 볼턴 유엔주재 미국대사도 북한의 6자회담 복귀만으로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향후 회담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볼턴 대사는 "6자회담 일정이 아직 확정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회담이 열릴 지와 열린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지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전 국무부 한국과장은 "북한은 핵실험 후 국제사회의 압력을 회피하기 위해,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하도록 할 대안이 없다는 전술적 이유로 회담에 나서는 것"이라면서 "미국과 북한이 지금과 다른 접근법을 취하지 않는 한 6자회담은 미래가 없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