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5 재보선에서 열린우리당이 또 다시 참패하면서 정치권이 여권발 정계개편의 격랑속으로 빨려들고 있다.

지난해 4월 이후 치러진 각종 국회의원.지방선거 재.보선에서 `0대 40'의 참담한 성적을 기록한 열린우리당내에서는 "이대로는 안된다"는 위기의식속에 26일 계파별로 향후 당의 진로와 정치권 재편 문제를 논의하는 모임들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친노(親盧)계열을 중심으로 한 `조기전대론'과 `재창당론', 김근태(金槿泰) 의장계의 `통합수임기구' 추진론, 또 당내 호남 및 중도성향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헤쳐모여 신당론' 등이 백가쟁명을 이루면서 여당이 내홍국면으로 진입하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인천 남동을 선거에서 여당 후보가 민노당 후보에도 밀려 3위를 한 참패 이유로 김 의장의 `개성 춤 파문' 등을 원인으로 꼽고 있는 당내 일각에서 김 의장 책임론을 제기하고 나서 주목된다.

열린우리당은 오는 29일 비대위 전체회의를 열어 당의 노선과 정계개편 방향 등을 논의할 방침이어서 이번 주말이 향후 여당내 정계개편 논의의 방향을 가늠할 고비가 될 전망이다.

김 의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어떤 변명도 하지 않고 민심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면서 "기득권을 고집하지 않고 평화번영세력의 결집을 통해 국민에게 새 희망을 제시하겠다"며 정계개편 추진을 공식화했다.

초선의원 모임인 `처음처럼'은 소속의원 23인 명의의 공동성명을 통해 "내년 2월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늦어도 1월까지 앞당겨야 한다"며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촉구하고 "전당대회는 당 정체성을 재확립하고 새롭고 폭넓은 세력 연대를 구축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문희상(文喜相) 전 의장도 비대위 비공개 회의에서 "조기 전대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탈계파 성격의 초선 모임인 `국민의 길' 소속의 전병헌(田炳憲) 의원은 조기 전대론에 대해 "기득권에 집착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재창당은 호박에 줄을 긋는 것이고, 조기전대는 호박껍질을 두껍게 하려는 것"이라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지금은 한나라당에 반대하고 우리당에 실망한 국민들을 한데 묶어서 새로운 집권 희망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며 `헤쳐모여 신당론'을 주장했다.

당의 한 중진의원은 "김 의장은 이번 선거결과에 전적으로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며 "통합작업을 위해서도 구심력을 상실한 김 의장이 물러나는 것이 맞다"고 김의장 책임론을 제기했으나, `처음처럼'은 "재보선 결과를 지도부 잘못으로 돌리는 것은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고 반박해 김 의장 책임론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표면화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김 의장계의 민평련도 이날 모임을 갖고 김 의장 책임론 제기에 대한 대책과 통합 작업을 위한 당내 수임기구 출범 문제 등을 광범위하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동영(鄭東泳) 전 의장은 "지금 지도부를 흔들어서는 안된다"며 지도부 책임론에 반대의사를 표명하면서 정계개편 논의에 대해서도 "아직은 그런 말을 할 때가 아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고 한 측근이 전했다.

한편 여권발 정계개편 움직임에 대해 한나라당 김형오(金炯旿) 원내대표는 "선거결과를 겸허히 수용하지 않고 택도 없는 정계개편 수작을 한다든지, 판흔들기와 같은 공작적 행태를 보인다면 영원히 버림받을 것"이라고 폄하한 반면,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대표는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에 출연 "민주당과 함께 가지 않는 한 여당은 활로가 없다"며 민주당 중심의 정계개편론을 역설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 기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