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을 방문한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 에릭 에델먼 미국 국방부 차관은 북한이 이번 주말 첫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이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미 블룸버그 통신이 6일 보도했다.

이와 관련, 미국의 정찰위성들은 북한이 지하 핵실험을 준비하는 증거를 포착했으며, 특히 북한의 한 핵실험 의심지역 주변에서 이상 징후들이 증가하고 있는 사실을 간파했다고 영국의 더 타임스가 익명의 정보관리 말을 인용, 보도했다.

야치 차관은 전날 에델먼 정책차관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핵실험 문제와 관련해 여러 의견들이 있지만 이르면 이번 주말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익명을 요구한 일본 외무성 관리의 말을 인용, 전했다.

에델먼 차관도 이 자리에서 "미국도 북한이 빠르면 이번 주말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또 야치 차관은 전날 잭 크라우치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부보좌관을 만난 자리에서도 북한의 핵실험 경고가 결코 허언이 아님을 전제, 구체적인 증거는 없지만 이번 주중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고 일 외무성의 한 관계자가 밝혔다.

야치 차관은 아사히 TV 회견에서 "지금까지의 사태발전 내용에 근거해 볼 때 이번 주에도 핵실험이 실시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최선일 것"이라고 말했다.

시오자키 야스히사(鹽崎恭久) 일본 관방장관도 이날 별도 기자회견에서 일본은 북한의 핵실험 강행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북 감시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997년 노동당 총비서직을 승계한 날인 오는 8일 핵실험을 할 수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선 확인을 거부하면서도 일본이 핵실험시 방사능을 탐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탐지장비가 제대로 작동토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존 볼턴 주유엔 미 대사는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면 미국은 대북 군사적 행동 위협이 포함된 유엔 결의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익명을 요구한 북한 외교관은 5일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일본 아사히(朝日) 신문 등과 회견을 갖고 핵실험 실시 여부에 대해 "실행하는 선택밖에 없다"면서 "미국이 우리와 공존하기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비해 아소 다로(麻生太郞) 외상은 북한이 이르면 이번 주말 핵실험을 강행할 수 있다는 일부 관측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핵실험이 당장 실시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은 핵실험 입장을 대외에 천명한 것과 때를 맞춰 북한군 대대장.대대 정치지도원 대회 참가자 500여명을 만나 축하와 함께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5일 밤 보도했다.

한편 주일미군은 전날 한반도 상공의 대기조사를 위해 오키나와(沖繩)현 가데나 공군기지에서 핵실험감시용 특수정찰기 WC135C 를 출동시켜 함경북도 풍계리 등 핵실험 의심시설 주변을 정밀 정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이처럼 감시태세를 끌어올린 것은 이르면 이번 주말에라도 북한의 핵실험이 실시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라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조복래 특파원 cb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