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를 앞두고 당.정간에 또다시 심상치 않은 엇박자 기류가 불거지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31일 의원 워크숍에서 `뉴딜'로 대변되는 실용주의 기조를 재천명하고 나섰지만 정부측은 "참여정부의 정책 근간이 흔들려서는 안된다"며 부정적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반대로 정부가 전날 발표한 국가 장기종합전략인 `비전 2030'을 놓고는 여당 쪽에서 "왜 이 시점에서 그런 얘기가 나오냐"는 회의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날로 1주년을 맞은 8.31 부동산 대책에 대한 평가와 후속대책 방향을 놓고도 양측의 시각차가 또다시 표면화되는 분위기다.

대선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 당과, 개혁정책 완수 및 미래 청사진 마련에 주력하는 정부.청와대간의 기본적 입장차가 곳곳에서 충돌음을 빚어내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도 뉴딜정책의 입법화를 둘러싼 당.정간 시각차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한명숙(韓明淑) 총리는 30일 국회 예결특위 회의에서 "앞으로 당.정협의를 충분히 거치겠다"고 전제하면서도 "부동산정책 등 참여정부가 추진해온 경제정책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선을 긋고 나왔다.

한 총리의 발언은 표현이 조심스럽기는 했지만 "살 길은 뉴딜 밖에 없다"며 실용주의 기치를 내건 여당 지도부의 정책기조에 제동을 거는듯한 어조로 당내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근태(金槿泰) 의장은 그러나 31일 워크숍 인사말에서 "투자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대장정은 우리 사회의 정치, 경제, 노동, 시민사회계가 대타협해 앞으로 10년의 돌파구를 열수 있을 것"이라며 "사회 대타협 말고는 길이 없다"며 `마이웨이'를 고수했다.

김 의장은 "미래를 약속하지 못하는 정치집단은 도태되고 말 것"이라고 경고한뒤 "우리 모두 (뉴딜에 대한) 절박한 요구를 갖고 있고 이것 말고는 길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성장 기조를 받아들이면 우리 사회는 머지않아 감당못할 혼란에 직면할 것"이라며 "박정희식 성장제일주의나 IMF식 시장지상주의로 풀 수 없는 난관과 도전이 우리 앞에 버티고 있다"고 부연했다.

정부가 내놓은 `비전 2030'을 놓고는 여당내에서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이다.

경제통인 정덕구(鄭德龜) 의원은 "국민은 미래에 암이 걸리지 않는 것보다 당장 목에 걸린 가시를 빼주는 게 급하다"며 "방향은 바람직해보이지만 숫자를 갖고 언급하는 것은 아주 비전문적"이라며 장기전망은 귀신도 못맞춘다고 꼬집었다.

우제창(禹濟昌) 제3정조위원장은 "대통령이 행정부의 고급인력을 사용해 교과서와 같은 것을 만들었다는 의미가 있어 보이지만 도달하는 길이 어려워보인다"며 "청와대가 국민적 합의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게 아닌가 하는 회의가 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과연 2010년까지 증세없이 세출 구조조정이나 비과세감면 축소 등을 통해 재원을 충당할 수 있는지 믿기 힘들다"고 회의론을 폈다.

정장선(鄭長善) 비대위원은 "취지는 좋지만 또다른 증세 논란으로 이어지는게 문제"라며 "임기말에 15년 뒤의 일을 발표해 정책의 현실성 문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의 한 측근은 "당 입장에서는 솔직히 지금 시점에서 그런 얘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쟁점이 주로 세금으로 가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8.31 부동산정책의 수정여부를 둘러싼 논란도 재연될 조짐이다.

정부측은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 등 부동산 정책의 핵심골간을 훼손해선 안된다"는 입장인데 반해 여당내에서는 "일정한 수정.보완이 필요하다"며 궤도수정론이 제기되고 있다.

채수찬(蔡秀燦) 정책위 부의장은 "양도세의 경우 세율 인하를 얘기할 적절한 시점은 아니지만 불합리한 점이 없도록 개선할 필요는 있다"면서 "소득이 없는 직장 은퇴자 등에 대해 역모기지론 활성화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당정간 시각차가 본격적인 갈등양상으로 표면화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높아 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정기국회 때까지는 가급적 이견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대야 공동전선을 펴야 한다는 공감대가 여권내에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r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