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南 가족 아리랑공연 초청
정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긍정 검토 분위기


28년만에 금강산에서 눈물겨운 상봉을 한 김영남(45)씨와 그의 어머니 최계월(82)씨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이들은 30일 작별상봉을 끝으로 2박3일간의 아쉬운 만남을 마치고 다시 남북으로 각자의 발길을 돌렸다.

여느 이산가족이라면 언제 다시 만날 지 기약할 수 없는 이별이다.

지금까지 진행된 14차례의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통해 북측 가족을 만난 남측 이산가족 1만5천500여명 중 북측 가족을 다시 만난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나마 재상봉하는 경우도 공식 루트가 아니라 중국 등에서 비공식적으로 은밀하게 만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산가족 행사를 주관하는 대한적십자사는 아직 북측 가족을 만나지 못한 이산가족이 많기 때문에 한번 상봉이 성사된 가족은 대상자에서 제외하고 있다.

하지만 김영남씨 모자의 경우는 조금 상황이 다르다.

김씨가 어머니와 누나 영자(48)씨 등 남녘 가족을 평양에서 열리는 아리랑공연에 초청했기 때문이다.

그는 29일 기자회견에서 "이번에 어머니, 누이를 만나 8월 중 아리랑공연 때 평양 와서 내가 어떻게 사는지 보라고 했다"면서 "평양며느리가 차려주는 상 어머니가 받고 손자 손녀와 와서 평양 사돈과 인사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전례가 없는 일이지만 김씨의 북한 사회에서의 위상을 생각하면 의례적인 인사말은 아닐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김씨는 대남공작기관인 노동당 대외정보조사부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다 그의 장인은 우리로 치면 부시장격인 평양시 인민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만큼 예외적 상황을 만들만한 영향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북한 입장에서도 김씨의 `성공 인생'을 남측 가족에게 직접 보여주는 것이 여러모로 선전에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김씨가 회견에서 요코다 메구미씨가 죽었다고 밝혔음에도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가 적지 않은 만큼 그의 남녘 가족을 평양으로 초청, 메구미씨가 살던 곳과 주변 인물 등을 통해 논란에 종지부를 찍으려 할 가능성도 있다는 견해도 일부에서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만약 최계월씨의 평양 방문이 성사된다면 그는 8월 15일을 전후해 열리는 민족대축전의 남측 참관단 일원으로 방북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 정부는 북측에서 정식으로 초청장이 오면 검토한다는 입장이지만 인도주의적 측면에서 상봉을 말릴 이유가 없다는 분위기다.

아울러 `북한의 남녘가족 초청'이라는 이산가족 상봉의 새로운 형태가 제시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재상봉이 성사될 시 한편에서는 재상봉을 못하는 이산가족들의 민원이 잇따르고 특혜 시비가 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북측 초청장'이 있는 김씨 가족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