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함경북도 무수단리 미사일 기지에 있는 대포동 미사일 2호에 액체 연료 주입을 끝내는 등 발사 준비를 마친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통신이 18일 미국 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과 일본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국제사회에 대한 도발적 행위'로 간주,북한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는 등 강력 대응한다는 방침이어서 위기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북한 미사일 발사 미국 눈치 보며 시기 늦출 듯

정부는 일단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정부와 주변국들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기정 사실로 보는 이유는 미사일에 연료가 들어갔다면 다시 빼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과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제재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북한이 즉각 미사일을 발사할 것 같지는 않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발사 준비가 끝났다고 해서 미사일을 즉각 쏘기보다는 한동안 미국의 반응을 주시하며 기다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적어도 금주말까지,길게는 이달 말까지 발사를 보류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 미사일의 사정거리는 2175~2670마일(3500~4297km)로 아시아 및 러시아 대부분,미국의 경우 본토는 아니지만 알래스카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미국 군사 문제 연구소인 비확산 연구센터가 추정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미국이 요격을 시도할지는 불투명하다.

미국은 북한이 1998년 대포동 미사일 1호를 발사한 이래 미사일방어체제(NMD) 구축에 박차를 가했으나 이후 요격실험에서 절반 정도의 성공률밖에 보이지 못했다.

미국이 실패 위험을 감수하고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대응수위 높이는 미.일

미국과 일본은 대포동 2호 미사일 발사가 장거리 미사일을 쏘지 않기로 한 북·일 평양선언이나 '9·19 공동성명' 위반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북한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는 한편 제재를 가할 계획이다.

양국은 이달 29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에서 발표할 대북 비난 성명을 준비 중이라고 외신이 전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분명하다.

"발사를 바라지 않지만 강행한다면 그때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대응하겠다"(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자위조치를 강구하겠다는 얘기다.

일본은 미국과 공조 아래 군사적으로는 이지스함 '초카이'와 전자전 정보수집기 'FP3',전자정찰기를 각각 동해로 전개해 육상과 해상에서 정보수집과 경계,추적태세를 최고조로 올렸다.

특히 미국과 합동으로 탄도포착에 나서는 등 사실상 실전대비태세를 갖췄다.

○정부,'신중하게 접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과 관련,미국 정부 당국자들이 현지 언론에 실시간 '중계방송'하듯 정보를 흘리고 있는 것과 달리 정부는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19일 정부당국자들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정부는 미국이나 일본측 상황분석과 달리 아직 군사용 미사일인지,인공위성인지 확정적으로 단언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싶어한다. 이렇다 보니 정부는 "지금 발사 준비가 다 됐다,안 됐다고 판단하기도 어렵다"고 한발 뒤로 빼면서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사전에 할 수 있는 조치들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는 말만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발사 준비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유보하면서도 "언제든지 발사할 수 있다고 본다"며 앞뒤가 다소 엇갈리는 설명도 내놓는 것이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