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과 정부 7개 경제부처가 14일 내년 예산안을 놓고 벌인 첫 당정협의회의 결과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를 통한 '서민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로 요약된다.

SOC 투자는 경기와 일자리 창출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부문.당정이 그동안 인위적 경기 부양은 하지 않겠다고 강조해오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배경은 5·31 지방선거 참패다.

'이대로 있다가는 대선에서도 패할지도 모른다'는 열린우리당의 위기의식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얘기다.

결국 내년 예산안은 '대선용'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복지 예산 확충이 강조된 점도 같은 맥락이다.


○여당 "경제활성화에 초점"

여당은 당정협의에서 내년 예산을 경제활성화와 고용확대에 주안점을 둬 편성해 줄 것을 정부에 강하게 요구했다.

특히 강봉균 정책위의장이 적극적이었다고 참가자들은 전했다.

여당은 이를 위한 재원으로 공적자금 상환금 예산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예금보험공사와 자산관리공사가 공적자금을 상환하는 과정에서 부족분을 정부가 매년 일정액 메워주고 있는데,최근 공적자금 상환이 예상보다 잘 되고 있으며 특히 대우계열사를 높은 가격에 팔면 정부의 지원액을 경제활성화를 위해 쓸 수 있다는 것이 여당의 판단이다.

여당은 이렇게 확보된 자금을 SOC 투자에 쓰자고 정부에 제안했다.

여당이 이날 SOC 예산삭감을 재검토해달라고 요구한 것도 이 같은 차원으로 풀이되고 있다.

공적자금 상환금은 법에 따라 반드시 일정액을 상환하게 돼 있어 마음대로 가져다 쓸 수가 없다.

따라서 여당은 이날 당정 협의에서 법 개정 등을 통해 내년 예산에 당장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자는 주장까지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긍정 검토는 하겠지만…"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여당의 요구가 워낙 강해 일단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그러나 공적자금상환금을 SOC 투자 등에 돌릴 수 있는지 등은 채권 회수 예정액 등을 다시 추산해 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제활성화에 전환할 수 있는 예산이 3조2000억원이 될지 아니면 1조~2조원이 될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금까지 "경기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지만 인위적인 경기부양은 실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5·31 지방선거에서의 패배와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여당의 요구대로 경기활성화를 위한 예산 편성은 어느 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