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위관계자는 6일 끝난 제12차 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추위)의 합의내용에 대해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회담 직전까지만 해도 "뚜껑을 열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른다"던 입장과는 대비되는 대목이다.

이번 회담을 통해 우리측은 열차시험운행을 추진할 수 있도록 북측을 견인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고,전면적 경협 확대를 위한 계기를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달 북측 군부의 제동으로 열차시험운행이 무산되면서 급속도로 냉각된 남북관계를 '대화모드'로 전환시키는 성과도 거뒀다.

◆시험운행 확정에는 실패

경추위 합의문에는 이번 회담의 핵심 쟁점이었던 열차시험운행과 관련한 언급은 빠져있다.

다만 경공업 합의서를 채택하고 '조건이 조성되는 데 따라' 조속히 발효시킨다는 우회적 표현이 들어있을 뿐이다.

우리측 회의 위원장인 박병원 재경부 1차관은 합의문 채택을 위한 종결회의에서 "군사적 보장조치가 취해져 열차시험운행이 이뤄지는 때"라고 못박았다.

표현은 모호하지만 구체적인 조건이 따라붙는다는 사실을 분명이 한 것이다.

명시적인 표현을 할 경우 북한 군부를 자극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있지만 당초 시험운행과 경공업 원자재 제공을 연계시키는데 반대한 북측과 찾은 막판 균형점이기도 하다.

◆경협은 한 단계 진전

열차시험운행에 가려 주목받지는 못하고 있지만 경협 관련 합의내용은 기대 이상이었다는 전문가들의 평가다.

경공업 합의서에서 원자재 제공에 따른 상환 조건에 이자율을 적용하고 국제시장가격을 준용하는 글로벌 스탠더드까지 도입했다는 점은 경협을 남측의 일방적 지원이 아닌 상업적 거래로 정상화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강하구 골재채취사업과 개성공단 확대를 위한 여건 마련,임진강 수해방지사업,경제시찰단 교환 등에 합의한 것도 큰 성과다.

실제 사업으로 이어질 경우 준설로 인한 남측 지역의 홍수피해 방지와 함께 군사적 긴장완화 등을 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 당국자는 "합의 내용의 실현 여부는 8월 이전까지 열차시험운행이 성사되는 데 달려있다"면서 "특히 경추위 내용의 절반은 군사부문과 연계돼 있는 만큼 북한이 내부적으로 이에 대한 입장 정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서귀포=공동취재단,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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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경추위 합의문>

1.'남북 경공업 및 지하자원개발 협력에 관한 합의서'채택,조건이 조성되는대로 발효

2.한강하구 골재채취 사업을 군사적 보장조치가 취해지는데 따라 협의 추진

3.개성공단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제반 조건 마련

4.제1차 임진강 수해방지 실무접촉 6월26~27일 개성에서 개최

5.홍수 산불 황사 등 자연재해 방지를 위해 적극 협력

6.경제 및 자원개발 분야 제3국 공동 진출 문제를 7월 중 개성에서 실무접촉을 통해 협의

7.'남북 경공업 및 지하자원개발 협력에 관한 합의서'가 발효되는 시점에 경제시찰단 교환

8.수산협력실무협의회와 과학기술협력 논의를 위한 실무접촉,상사중재위원회,개성·금강산 출입·체류 공동위원회의 명단 교환과 회의 일정을 문서 교환방식으로 협의 확정

9.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제13차 회의를 2006년 9월 중 평양에서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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