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민심이반 입증..한 지방권력 비대화
與 대선반격 주목..한 대권경쟁 본격화


사상 최악의 여당 참패와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린 5.31 전국동시 지방선거는 노무현(盧武鉉) 정부 집권 후반기 민심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로 받아들여진다.

내년 대선의 전초전, 노무현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한나라당 지방권력 독.과점 심판 등 중첩된 성격을 띠었던 이번 지방선거는 결국 민심의 소재가 `반여(反與)' 혹은 적어도 `비여(非與)'로 기울었음을 성적표로 웅변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16개 시.도 광역단체장 가운데 호남 3곳을 빼고 거의 나머지 전 지역을 모두 가져가는 초강세로 지방권력을 석권하다시피한 것.
한나라당은 많은 곳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를 더불 스코어의 격차로 제압했다.

50% 이상을 득표한 곳도 10곳이나 됐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정부의 `탄생지'라고도 할 수 있는 광주에서 패한 것은 물론 전남도 원내 제3당인 민주당에 내줬다.

지난 2002년 탄핵정국의 소용돌이 속에서 총선압승을 거두며 전국정당으로 발돋움했다고 자평했던 우리당은 `지역정당'이라는 말을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이번 선거에서만큼은 전북 한곳으로 당세가 위축되는 `굴욕'을 맛본 셈이다.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의 경우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한나라당은 밤 10시 현재 중앙선관위 집계결과, 기초단체장 선거 198곳 중에서 134곳에서 당선이 유력시된 반면, 우리당은 17곳에서만 당선이 점쳐졌다.

가뜩이나 비대한 지방권력으로 인해 열린우리당에서 "지방권력 독점을 심판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던 한나라당에 유권자들이 더 살을 보태준 것은 그만큼 민심이 여당을 떠났다는 반증이라는 주장이다.

우리당이 지난 2004년 6.5 지방 재보선 및 10.30 지방 재보선, 2005년 4.30 국회의원.지방 재보선 및 10.26 국회의원 재선거 등에서 보여준 연전연패는 결국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점에 달한 것이다.

재작년 4.15 총선 때 원내과반 정당으로 우뚝 섰던 우리당은 그간 민심과는 다른 길을 걸었고, 결국 이는 지방선거 완패의 `불씨'를 키웠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회복 지연과 부동산 값 폭등, 국정운영의 `아마추어리즘' 등에 대한 계속된 경고사인에도 불구하고, 독단적인 개혁지상주의를 앞세운 것이 우리당으로부터 민심을 등지게 한 요인으로 분석하는 이들이 적지않다.

선거과정 내내 한나라당에서는 대형 공천비리 의혹, 성추행 파문, 술자리 파문 등이 악재가 잇따라 터져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당이 최악의 참패를 당한 것은 `민심이반' 말고는 달리 설명할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지난 20일 돌출한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의 피습사건은 한나라당 승리를 견인하는 결정적인 `쐐기골'이 됐다.

"한나라당의 싹쓸이만은 막아달라"는 과거 여당으로서는 상상조차 힘들었던 대국민호소마저 초접전지였던 대전과 제주의 민심을 붙들어매진 못했다.

실제로 선거직전인 23-24일 문화일보.YTN.한국리서치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4.15 총선 당시 우리당 지지층의 36.8%만이 남았으며 31.1%는 한나라당, 8.0%는 민주노동당, 5.3%는 민주당으로 옮겨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우리당의 차기 대선 전략지인 충청권 기반이 무너져내린 점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우리당은 행정중심도시를 앞세워 2002년 대선과 2004년 4.15 총선에서 충청권에서 승리했지만 이번에는 충북, 충남지사는 물론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상당부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이번 선거 패배로 인해 우리당의 대선가도에도 일단 적신호가 커졌다.

내년 대선에서 승리를 위해 우리당은 시급히 민심을 수습하고 정국의 주도권을 잡아야 하는 난제를 안게 됐다.

그러나 벌써부터 선거패배의 책임과 향후 대응방안을 놓고 우리당 내부에서 갈등 조짐이 일고 있어 내부전열 정비부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당이 이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재도약을 꾀하려면 뼈를 깎는 자성과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반면 한나라당은 지방선거 압승으로 앞으로 전개될 대선국면에서 일단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는 평가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승리는 자력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여당의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적 성격이 짙은 만큼 승리의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특히 2002년 지방선거 승리후 '대세론'에 젖어들면서 6개월후 대선에서 '역전패'한 뼈아픈 경험은 한나라당이 곱씹어야할 교훈이 주문이 당안팎에서 벌써부터 제기된다.

이를 제대로 살려나갈지가 한나라당이 안고있는 숙제이다.

한편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 오세훈(吳世勳) 후보(45)가 서울시장에 당선, 처음으로 40대 선출직 시장시대를 열면서 정치권의 세대교체 바람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비록 한나라당 열풍으로 빛이 바랜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이번 선거를 계기로 `매니페스토'(참공약선택하기)가 도입되면서 후보자간 정책토론이 과거에 비해 활성화된 점은 정책선거 걸음마라는 점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지적이다.

(서울연합뉴스) 추승호 기자 ch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