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당국 접촉 난망..꽃게철 서해 긴장감

남북은 18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제4차 장성급회담을 개최하고 철도.도로통행에 관한 군사보장합의서 체결 등을 논의했으나 끝내 입장차만 확인하고 소득없이 마무리했다.

양측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전체회의와 수석대표 및 차석대표 접촉에 이어 오후 6시45분부터 6분 간 마지막 종결회의를 여는 등 마라톤 협상을 벌였으나 입장을 좁히는데 실패했다.

◇ 회담 장애물 '해상 경계선' 문제 = 이번 4차 회담의 결말은 북측이 회담 첫날인 16일 기조발언에서 서해 해상 군사분계선을 주장하면서 이미 예견됐다는 게 회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북측은 실질적인 해상경계선 역할을 하고 있는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인정할 수 없으며 새로운 해상 군사분계선을 설정하는 문제를 장성급회담에서 우선 논의하자는 주장을 회담 마지막 날까지 굽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영철 북측 단장(수석대표)은 첫날인 16일 기조발언에서 "서해 해상 충돌을 근원적으로 막는데서(막기 위한) 기본은 충돌발생의 뿌리를 드러내는 것"이라며 "쌍방은 군사적 충돌의 기본 근원인 서로 다르게 주장해온 모든 해상경계선들을 다같이 대범하게 포기하자"고 주장했다.

NLL이 실질적인 해상 불가침 경계선이란 남측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NLL을 백지화한 상태에서 새 경계선 설정을 논의하자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특히 북측은 1999년 `해상군사통제수역'과 2000년 `서해 5도 통항질서' 주장보다 완화된 새로운 경계선 대안을 내놓으며 3일 간 남측을 압박, 사실상 다른 의제 논의를 원천봉쇄했다.

이에 남측은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 명시된 `해상 불가침 경계선 계속 협의' 등 8개 군사분야 합의사항을 국방장관회담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유연한 입장으로 맞받았으나 북측의 마음을 돌리는 데는 실패했다.

남측 또 이달 25일로 예정된 열차시험운행을 목전에 두고있는 만큼 경의.동해선 철도.도로 통행에 관한 군사보장합의서 체결을 위한 실무접촉을 장성급회담과 병행하자고 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측은 철도통행 보장합의서와 공동어로수역 설정 논의는 해상 군사분계선을 우선 협의하지않은 상황에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반복, 거부입장을 분명히 했다.

◇ 25일 철도시험운행 가능한가 = 철도.도로통행에 관한 군사보장합의서 체결에 실패함으로써 오는 25일 실시하기로 한 경의.동해선 철도 시험운행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열차시험 운행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이달 19~23일 사이에 군사보장합의서가 체결되어야 하지만 이를 논의할 어떠한 일정도 잡지 못해 합의서 체결을 기대할 수 없게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측이 이미 정부 차원에서 열차 시험운행에 합의했기 때문에 앞으로 양측이 연락관 접촉 등을 통해 군사보장합의서를 체결한다면 가능하다는게 정부 당국자들의 반응이다.

문성묵(대령) 남측 차석대표는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측도 시험운행을 위한 사전조치가 필요하다는데 공감하고 있어 시험운행이 차질을 빚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경의.동해선 임시운행 전에 이를 논의하기 위한 회담을 열자고 북측에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음달 하순으로 예정된 김대중(金大中.DJ) 전 대통령의 평양방문이 열차를 이용해 이뤄질 가능성은 여전히 적다는 게 중론이다.

북측이 별도 합의서가 필요하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이는 데다 개성에서 평양에 이르는 북측의 철도사정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철도가 비무장지대(DMZ)와 군사분계선(MDL)을 통과하려면 양측 군사 당국간 운행시간과 검문.검역 방법, 연락수단 등을 명시한 군사보장합의서가 필요하다.

◇ 北군부, 강경주장 왜 고집했나 = 북측 대표단이 회담기간 내내 해상 군사분계선 설정 문제에 '올인'한 것은 북한군부의 강경한 입장 때문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철 북측 단장은 해상 군사분계선 설정 주장과 관련, "서해 해상 공동어로는 어디까지나 민족의 공영, 공리를 도모하는 평화적인 협력교류사업으로 새로운 서해 해상 군사분계선 확정을 전제로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 장군님의 지침"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대 남북고위급회담에 명함을 내밀고 최근에는 대남공작기구인 인민군 총참모부 정찰국 부국장으로 있었던 김 단장이 회담 수석대표를 맡으면서 북한 군부로부터 확고한 지침을 받았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입장은 북한 군부가 그동안 정전협정 및 NLL 무력화를 시도해왔다는 점에서 충분히 예견돼왔다고 볼 수도 있다.

◇ 향후 군사당국자회담 전망 = 차기 장성급회담과 군사실무회담 일정마저 잡지 못하고 회담이 결렬돼 당분간 군사당국자 접촉을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6자회담과 북핵문제에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되는 DJ 방북을 앞두고 이번 회담이 열려 낙관적인 전망도 적지않았지만 끝내 극명한 입장차만 확인하고 종결돼 군사 당국간 냉랭한 분위기가 당분간 지속할 것이란 관측이다.

때문에 본격적인 서해 꽃게잡이 철을 맞아 서해상에서 양측 해군간 긴장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군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이상헌 기자 threek@yna.co.kr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