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간 `건곤일척'의 대격돌이 시작됐다.

각 정당의 정치적 명운을 가를 5.31 지방선거가 16-17일 이틀간 후보등록과 함께 13일간의 공식 선거전에 돌입하는 것.
선거구도를 잡고 쟁점을 형성해나가는 `전초전' 단계를 지나 각당 후보가 전면에 나서 진검승부를 펼치는 `본게임'에 시동이 걸린 셈이다.

이런 맥락에서 여야는 이번주가 초반 판세의 흐름이 고착화되느냐, 아니면 반전의 물줄기가 형성되느냐의 여부를 가르는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당조직 총력 가동과 전략지 집중 유세에 나설 전망이다.

특히 열린우리당은 대대적인 분위기 반전을 꾀하기 위한 `뒤집기' 카드를 마련하는데 총력전을 펴기 시작했고, 한나라당은 `대세 굳히기' 전략으로 수비자세를 취하고 있어 양당간의 세싸움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형국이다.

◇열린우리당 = 수세국면에 내몰려있던 우리당은 공식 선거전의 막이 오르는 이번주를 판세 반전의 모멘텀으로 삼겠다고 잔뜩 벼르고 있다.

여론조사 추이상 `한나라당 11, 우리당 2, 민주당 2, 무소속 1'(광역단체장 기준)의 초반 판세가 고착화되는 양상을 띠고 있지만 과거 대형선거의 경험칙상 "판이 한번 출렁일 시기가 왔다"(우상호 대변인)는게 우리당 당직자들의 주장이다.

여기에는 "이대로 앉아서 당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 속에서 현 판세의 흐름을 어떤 식으로든지 뒤흔들어 놓겠다는 당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당은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지지율이 오를 것"이라던 낙관론은 쏙 들어간 채 특단의 반전카드를 마련하는데 `올인'하고 있는 분위기다.

무엇보다도 우리당이 주목하는 반전의 포인트는 5.18 기념일이다.

5.18이 호남에서 갖는 정치적 상징성이 큰데다 시기적으로 공식 선거운동 개시일과 겹친다는 점에서 호남표심 구애에 열을 올려온 우리당으로서는 결코 놓칠 수 없는 `호기'다.

이에 따라 당 지도부를 포함한 소속 의원 전원과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들이 18일 광주로 총집결, 공식 선거운동의 첫 테이프를 광주에서 끊는 이벤트를 연출할 예정이다.

같은 맥락에서 광주발 `돌풍효과'를 기대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우리당 관계자는 "광주에서 판세가 역전된다면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노풍'이 광주경선에서 점화됐던 역사가 다시금 재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에서의 당 지지율이 민주당과의 격차를 10% 포인트 이상 벌리고 있는 추세여서 우리당 광주시장 후보가 확정된다면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우리당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우리당이 보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대목은 `조정국면'의 도래 가능성이다.

급격한 상승무드를 이어온 한나라당 후보들의 지지율 `거품'이 점차 빠지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
특히 경기.충남.제주지역에서의 판세 변화조짐에 우리당은 주시하고 있다.

진대제(陳大濟) 경기지사 후보는 최소 두자릿수 이상의 지지율 격차를 7% 안팎으로 좁혔다는 분석이다.

충남은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핵심 슬로건으로 내건 오영교(吳盈敎) 후보의 전략이 먹혀들면서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제주지사의 경우 우리당 진철훈, 한나라당 현명관, 무소속 김태환 후보간의 3파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당초 우리당에 불리하던 판세가 변화하고 있다고 우리당은 보고 있다.

우리당이 의미를 두고 있는 또 하나의 변수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 지지율이 20%대로 바닥을 기고 있지만 이와는 대조적으로 `수석당원'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40%대를 넘나들고 있다.

물론 대통령의 지지도가 오른 것은 국내문제 보다는 일본 등과의 관계에서 민족적 자존심을 세우면서 형성된 측면이 강한 것이 사실이지만 당 지지도를 끌어올리는 `선행지표'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우리당 관계자들의 얘기다.

한 핵심당직자는 "2004년 총선전에도 대통령 지지도가 먼저 올랐고 그 이후 당 지지도가 올라 결국 승기를 거머쥐었다"고 말했다.

우리당 지도부는 5.18 기념일에 맞춘 광주 방문에 이어 금주중 핵심 요충지인 수도권을 돌며 집중 지원유세에 나설 예정이다.

◇한나라당 = 이미 대세는 기울었으나 5.31 결전의 날까지 결코 방심하지 않겠다는 필승의 각오로 세부 전략수립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40%대의 높은 당 지지율을 바탕으로 16개 광역단체장중 수도권을 포함, 최소 11곳 이상에서의 승리가 예상되는 등 판세가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막판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가 터질 경우 결과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朴槿惠) 대표와 이재오(李在五)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자만은 금물이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자"며 연일 당원들의 정신재무장을 독려하고 나선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한나라당은 우세지역과 취약지역(전략지역)으로 나눠 선거 지원유세 전략을 짜고 있다. 전통적 텃밭인 영남지역과 낙승이 예상되는 수도권은 `기본' 만하고, 불모지인 호남지역과 접전이 예상되는 충청.제주지역을 집중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박 대표는 선거운동 기간 이들 지역을 최소한 2번 이상 방문, 지원유세를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소속 의원들로 구성될 `선거지원유세단'도 취약지역 지원유세에 우선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우선 한나라당은 18일 광주에서 출정식을 갖고 선거전에 돌입한다. 호남을 아예 배제하고 선거전략을 세웠던 과거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선거운동 시작일이 공교롭게 5.18 기념일과 겹친다는 이유도 있지만 내년 대선승리를 위해서는 2-3%에 불과한 호남지역의 지지율을 두 자릿수대로 끌어 올리는 것이 절실하다는 판단에서다.

당 지도부는 5.18 기념행사에 참석한 뒤 광주시당으로 자리를 옮겨 출정식을 겸한 선거대책회의를 연다. 박 대표는 이 자리에서 `광주 시민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광주문화중심도시 프로젝트 지원, 호남고속철도 2015년 조기완공 등 호남 공약을 발표하며 지지를 호소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은 선거운동 첫날 광주와 함께 전남.북지역도 방문한다.

충청과 제주에도 크게 신경을 쓰고 있다. 충북과 충남에서의 `상대적' 우위를 `절대적' 우위로 돌려 놓는 동시에 대전과 제주에서 막판 대추격을 통해 극적인 역전승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수도권과 영남은 `실수'만 하지 않으면 승리는 따놓은 당상이라는 분위기 속에 사활을 걸고 맹추격중인 여당에 `틈'을 주지 않기 위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특히 대선구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도권의 경우 개별후보 차원을 넘어서는 권역공조를 바탕으로 `동반승리'를 이끌어 낸다는 방침이다.

한나라당은 17일 경기-인천-서울의 영문 이니셜을 딴 `키스'(KIS) 연합정책공약 설명회를 갖는다.

공약 홍보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정부.여당의 실정을 효율적으로 알리는 동시에 포지티브 선거를 지향하는 정책정당으로서의 면모를 확실히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한나라당은 최근 핵심공약인 감세정책의 타당성 및 감세분야 등을 만화로 쉽게 설명한 20쪽 짜리 홍보 팸플릿을 만들어 배포했다.

◇민주.민노.국민중심당 = 민주당은 호남지역에서 승기를 단단히 잡아 수도권으로 상승의 기운을 불어올리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특히 텃밭인 호남지역의 경우 `전남 굳히기', `광주 부동층 공략', `전북 교두보 확보' 등 지역별 전략을 마련, 호남지역 맹주로서의 입지를 굳힌다는 계획이다.

민주노동당은 정당 지지율 15% 획득과 `진보공직자 300명 시대'라는 목표를 반드시 이루겠다는 각오다. 광역단체장의 경우 한나라당과 민주당

우세지역으로 알려진 울산, 부산, 광주, 인천에서 우리당을 따돌리고 최소한 2위를 차지하고, 기초의회 234개 선거구에서는 1명씩의 당선자를 낸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국민중심당의 경우 충청권은 심대평(沈大平) 공동대표, 수도권은 이인제(李仁濟) 최고위원, 영남권은 신국환(辛國煥) 공동대표 체제 등 3개 권역으로 나눠 선거를 치르기로 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심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