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12일 당 중진인 김덕룡 박성범 의원을 '5·31 지방선거' 공천과 관련한 금품 수수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키로 해 파장이 일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터진 제1야당의 공천 비리 의혹은 향후 선거 정국에 중대한 변수로 급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허태열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서울 서초구 및 중구 구청장 공천 과정에서 해당 지역구 의원인 김·박 의원의 금품 비리가 있다는 제보가 접수돼 당 차원에서 감찰작업을 벌였지만,진위를 밝히는데 한계가 있어 13일 검찰에 수사를 의뢰키로 했다"고 밝혔다.

허 총장은 "김 의원은 부인이 모 후보자 측으로부터 4억4000만원을 받은 것을 모르고 있다가 공천이 끝난 지난 5일 이후 알게 돼 돌려주라고 했는데,금품을 준 사람이 찾아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허 총장은 또 "박 의원의 경우 부인이 케이크 상자인 줄 알고 받았으나 뜯어봤더니 돈(미화 21만달러)이었고,박 의원은 돌려주었다고 말하고 있다"며 "그러나 금품제공자와 본인의 해명이 엇갈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품을 제공한 두 사람은 모두 공천에서 탈락했다.

김 의원은 당 원내대표 등을 지낸 5선 중진이며 박 의원은 재선이다.

김 의원은 "정치적 거취에 대한 입장을 조속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 파문에 이어 이번 사태로 충격에 빠진 한나라당은 13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사건이 지방선거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향후 검찰 조사 추이에 따라 출당,제명 등의 강경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근혜 대표는 수사의뢰와 관련, "클린 선거를 치르겠다는 대국민의 약속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열린우리당은 정동영 의장 주재로 이날 밤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한나라당의 수사 의뢰는 도마뱀 꼬리 자르기"라고 비난하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중진의원들까지 헌금을 받았을 정도면 얼마나 광범위하게 '공천장사'를 한 것인지 알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 뒤 "21세기에 어떻게 이런 매관매직 행위가 일어날 수 있는가"라고 비난했다.

홍영식·양준영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