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자 성추행 사건으로 한나라당을 탈당한 최연희(崔鉛熙) 의원이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24일 성추행 사건이 불거진 이후 아무런 입장 표명 없이 잠적해온 지 24일만에 처음 얼굴을 드러내고 정치권과 여성계 등의 사퇴 요구에 대한 견해를 밝힌 것.


오전 11시께 국회 브리핑룸에 도착한 최 의원은 회색 콤비 차림에 그 동안 마음 고생이 심했던 듯 핼쑥한 얼굴이었으며, 침울한 표정으로 준비해온 기자회견문을 읽어내려갔다.


그는 특히 "딸들을 볼 낯이 없다", "뼈를 깎는 아픔과 회환의 눈물을 흘리면서 수도 없이 죽음의 문턱도 다녀왔다" 등의 대목에선 잠시 울먹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 의원은 약 10분간 진행된 회견에서 "법의 판단에 따르겠다. 그때까지 최종 판단을 잠시 유보해줄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며 여론에 떼밀려 의원직을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뒤, 질문도 받지 않고 곧장 회견장을 떠났다.


100여명의 취재진은 회견장을 빠져나가는 최 의원을 에워싸고 "그 동안 어디에 머물렀냐",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는 등의 질문 공세를 퍼부었지만 최 의원은 측근들에 둘러싸인 채 괴로운 표정으로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민주노동당 여성위 소속 당직자 5명이 `최연희 사퇴'라고 적힌 피켓을 든 채 "성추행범 최연희 사퇴하라"고 외쳤고, 취재진들간 격심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하면서 회견장 인근은 아수라장이 됐다.


민노당 여성 당직자들은 "성추행범 최연희, 가슴이나 주무르고 X팔리지도 않느냐"며 반말로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최 의원은 약 5분간의 실랑이 끝에 "할 말이 없다"는 짤막한 말을 남긴 채 회견장 앞에 세워놓은 승용차를 타고 국회를 떠났다.


"이럴 것이면 뭣하러 기자회견을 했느냐"고 불평하는 기자들도 눈에 띄었다.


한편 최 의원의 한 보좌관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최 의원은 강원도에서 곧바로 국회로 왔고, 회견 뒤에도 곧장 강원도로 갔다"며 "법정에 출두할 때까지 강원도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