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이지리아 정상회담, '돌연' 일정변경
한국 국가원수로서는 24년만이자 취임 후 처음으로 아프리카를 방문중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나이지리아에서 `낯선 경험'을 하고 있다.
정상회담 일정이 갑자기 바뀌는 등 정상외교에서는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있었기 때문.
노 대통령이 이집트를 방문중이던 지난 7일 청와대는 외교 경로를 통해 나이지리아측으로부터 당초 10일(현지시간)로 예정돼 있던 한.나이지리아 정상회담을 9일로 하루 앞당기자는 갑작스러운 요청을 받았다.
정상회담을 불과 사흘 앞두고 갑작스레 회담 일정을 바꾸는 것은 국제 외교관례상 극히 이례적이며 별로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나이지리아측은 '국내 사정에 따른 대통령의 일정 변경'을 정상회담 일정 조정의 이유로 들었지만 상세한 설명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일정대로라면 노 대통령은 나이지리아 현지시간으로 9일 오후 2시10분(한국시간 9일 밤 10시10분) 나이지리아 수도 아부자에 도착, 숙소호텔에서 30분간 동포대표단을 접견하고 이튿날 오전부터 정상회담을 갖도록 돼 있었다.
하지만 일정이 바뀌면서 이날 나이지리아 도착후 바로 공식환영식에 참석한 데 이어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을 가진 뒤 저녁 오바산조 대통령이 주최하는 국빈만찬까지 일정에 참석했다.
아프리카 첫 순방국인 이집트 카이로에서 5시간을 비행한 후 휴식없이 나이지리아 국빈방문의 주요 일정을 소화한 것이다.
이처럼 정상회담이 하루 앞당겨짐에 따라 당초 이날 밤 아부자에 도착, 이튿날 국빈 오찬에 참석할 예정이던 일부 동행 기업인들은 급작스럽게 조정된 국빈만찬 시간에는 맞출 수가 없어 만찬 참석을 하지 못했다.
결국 만찬에는 대통령 특별기에 동승한 경제4단체장 등 일부 기업인만 참석했다.
나이지리아 당국이 이처럼 `국빈'에게 정상회담 일정을 사흘 앞두고 바꾸는 의전상 결례를 범한 데는 구체적 사유를 설명하지 않았지만 최근 나이지리아 국내 정정의 불안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국내 불가피한 사정으로 (회담) 일정을 좀 바꿔줬으면 좋겠다는 나이지리아측의 간곡한 요청이 있었다"며 "결코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우호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이 좋은 데다 상대의 사정이 있으면 수용하는 것이라서 (이런 문제로) 항의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아부자=연합뉴스) 성기홍 김재현 기자 sgh@yna.co.kr j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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