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법무부장관의 지난 12일 밤 'X파일 관련 취중실언'에 대해 후배인 검사가 성토하고 나서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천 장관은 이날 법무부 출입기자들과의 술자리에서 "국민의 99.9%는 검사들이 떡값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지 않느냐.두 사람이 대화한 것을 (안기부가)녹음했는데 그것보다 정확한 증거가 어디 있겠느냐"며 사실상 검사들의 떡값수수를 인정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대검찰청 소속의 금태섭 검사는 17일 검찰 내부통신망에 올린 A4용지 8장 분량에 달하는 장문의 글에서 "법률가는 개인 의견을 외부에 표현해서는 안 된다는 기본적인 법조윤리에 정면으로 반한다"며 천 장관의 '직업윤리'를 문제 삼았다. 금 검사는 또 "천 장관의 발언은 국가기관이 불법적인 도청을 통해 수집한 정보 내용을 공공연하게 전파하는 것"이라며 사법부 내의 불문율인 '독수독과원칙'(불법수집 증거는 배제) 위배사실도 지적했다. 금 검사는 사건 당일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자를 주범으로 기소해 무죄판결을 받은 1967년 김근하군 유괴살인사건이나 메카시즘이 횡행하던 시대 사법당국의 무모한 판단 등에 빗대 천 장관의 경솔한 발언을 준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