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연정 구상을 거둬들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1일 독일 대연정 협상의 성공에 대해 "유럽 정치의 수준을 보여준 것"이라는 적극적인 평가를 내려 대통령의 다음 구상과 관련지어 관심을 모았다. 노 대통령의 언급은 이날 오전 청와대 참모들과 '티타임'을 갖는 자리에서 "독일 대연정을 지켜보며 어떤 생각을 하셨느냐"는 참모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나왔다. '부러움'이 다소 섞여 있는 노 대통령 평가의 초점은 정치적 교착상태에서 '협상과 타협'을 통해 정치 리더십의 위기를 극복해 가는 성숙한 협력의 정치구조와 문화에 있었다. 때문에 독일의 대연정뿐 아니라 프랑스의 좌우 동거정부, 미국 대통령제와 영국의원내각제 등 선진 각국의 정치 리더십 해결방식 등이 이날 모임의 화제로 거론됐다. 미국과 유럽 선진국가들의 정치 시스템, 의사결정구조는 각각 달랐지만, 상생과 협력의 정치를 가능하게 하는 성숙한 정치구조와 문화가 공통점으로 발견될 수 있었다고 조기숙(趙己淑) 청와대 홍보수석은 전했다. 노 대통령도 "어느 정도 수준의 제도가 갖춰지고 난 다음에 정치를 결정하는 것은 성숙한 정치구조와 문화"라는 평가를 내렸다. 의원내각제냐, 대통령제냐 하는 헌법구조의 문제가 국가운영의 효율성을 결정짓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제도 아래에서 위기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대화, 타협하고 합의를 매듭짓는 정치구조와 문화가 더욱 중요하다는 얘기이다. 노 대통령이 대연정을 제안했던 배경도 권력구조를 바꾸는 '개헌' 의도가 아니라 여소야대라는 교착상태에서 '최고 수준의 포용과 상생 정치'로 정치 문화를 선진화해보자는 강한 의지와 진정성이 담겨 있었다는게 청와대 설명이다. 때문에 이날 노 대통령의 독일 대연정에 대한 적극적인 평가도 대연정에 대한 '미련'이 남아서라기보다는 독일 사례에서 교훈을 찾아보자는 취지라는 것이다. 조 수석도 이 같은 점을 의식한 듯 전날 문희상(文喜相) 열린우리당 의장 언급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이 대연정을 다시 제안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대연정 재론 관측에 쐐기를 박았다. 노 대통령의 문제의식은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적대, 비타협, 불신의 문화를 극복하지 않고는 어떤 시급한 현안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며, 이 같은 인식속에서 여러 대안을 고민중이라고 했다. 대연정 제안은 철회됐지만 "어떤 중요한 국가적 의제를 다뤄야 하는 정치구조와 문화에 대한 대통령의 고민은 지속될 것"이라는게 조 수석의 설명이다. 하지만 무산된 대연정의 대안에 대한 노 대통령의 구상은 아직 윤곽이 잡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 수석은 "각국 사례를 연구하면서 고민을 계속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고, 청와대 핵심관계자도 "현재는 문제의식을 점검하는 수준이며, 구체적 대안을 논의하는 단계도 아니며, 결론을 내놓고 때를 기다리는 상황도 아니다"며 '미완성'임을 시사했다. (서울=연합뉴스) 성기홍 기자 sg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