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1일 독일의 대연정(大聯政) 성사와 관련, "프랑스의 좌우 동거정부나 독일의 대연정은 유럽정치의 수준을 보여준 것"이라며 "독일의 대연정이 나아갈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겠지만 적어도 대연정 협상을 성사시킨 것만으로도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참모들과 만난 자리에서 "독일이 대연정을 이룸으로써 그동안 정체 상태에 있던 독일경제의 현안을 풀어갈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평가했다고 조기숙(趙己淑)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프랑스 동거정부 등에 대한 일부의 부정적 평가와 관련, "헌법에 규정돼 있지 않던 정부형태가 여야 정당의 협상과정에서 탄생했다는 점만은 높이 사줄만하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미국, 영국 등 정치제도를 비교하면서 다수당이 집권하는 영국의 의원내각제가 '다수 독재'로 변질되지 않는 점과 관련, "영국은 일정기간이 지나면 정권이 야당으로 이양되는 전통을 지녔고 특히 최후에 표결하기 전에 토론을 통해 협상과 타협의 정치를 실천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어느 정도 수준의 제도가 갖춰지고 난 다음에 정치를 결정하는 것은 성숙한 정치구조와 문화"라고 강조했다. 조 수석은 이와 관련, "대통령이 대연정을 제안하게 된 배경에는 우리 정치의 구조와 문화를 선진화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있었다"며 우리 사회가 아직 대연정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아 이 화두를 접기는 했지만 상생과 협력과 정치를 향한 대통령의 의지는 쉽게 꺾일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조 수석은 이어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이 말한대로 대통령이 더 이상 대연정을 제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어떤 중요한 국가적 의제를 다뤄야 하는 정치구조와 문화에 대한 대통령의 고민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성기홍 기자 sg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