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현(洪錫炫) 주미대사는 23일(현지시간) 오후 주미대사관에서 이임식을 갖고 도청 기록 사건과 관련, "과거의 그림자가 제 발목을 잡을 수는 없지만, 남은 업보가 있다면 제가 다 책임지고 회피하지 않고 가겠다"고 말했다. 홍 대사는 자신이 지난해 11월 주미대사직 제의를 수락했던 것은 "1999년 옥고를 치름으로써 많은 과거가 정리됐다는 나름의 판단과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홍 대사는 그러나 "저는 지난 11월의 선택을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다"며 "지난 7개월간 저의 전부를 던져 참 열심히 일했다고 생각하며, 또 앞을 향해 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주미대사로서 북핵문제와 한미동맹 문제외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에도 주력했다면서 "한미간 FTA 체결은 한 단계 높아진 한미관계를 의미하며, 한미 (군사)동맹에 버금가는 커다란 기여를 할 수 있는 물건이라고 생각하고, 제가 (앞으로) 어디 있든 이에 조그마한 기여라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그는 최근 김종현 통상교섭본부장의 방미를 통해 한미 FTA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갖고 있고, 워싱턴도 그런 의지가 있음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홍 대사는 한승주(韓昇洲) 대사 후임으로 지난 2월 부임했으나, 안기부 도청 녹취록 파문 때문에 중도하차했다. 홍 대사는 이날로 대사직을 공식 사임했으며, 앞으로 수주동안 미국에서 유학중인 자녀를 만나고, 뉴욕 타임스를 방문하거나 세계신문협회(WAN) 관계자 등 미국내 지인들을 만나며 휴식을 취한 뒤 귀국할 예정이다. (워싱턴=연합뉴스) 윤동영 특파원 y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