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정부 도청 공개' 파문 이후 첨예화 돼왔던 전.현 정부간 갈등이 주말을 고비로 다소 진정 국면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이같은 분석은 호남의 민심 이반을 우려하는 현 여권의 희망이 반영된 것이기에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기엔 무리가 있다. 그러나 남북 대화 등 `8.15 정국' 하에서 도청 정국이 한 풀 꺾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 분위기다. 특히 여권은 동교동 최경환 비서관의 `(고문의) 피해자-가해자가 뒤바뀌었다'는 논리를 그대로 받아 DJ를 감싸고 위로하면서, 적극적으로 몸을 낮추는 노력을 한 것이 어느정도 주효 했다고 보고 있다. 폐렴증세로 닷새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입원 중인 김대중(金大中.DJ) 전 대통령측에서도 입원 전 `모독은 국민의 정부가 당했다'는 발언 이후 어떤 정치적 언급도 나오지 않고 있다. 최 비서관은 1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입원중이기 때문에 치료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DJ측이 현 정부를 겨냥해 `병상정치'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면서 조바심을 냈던 여권 내부에서도 DJ가 병문안을 온 정치인들을 거의 면담하지 않으면서 그간의 `정치 불관여'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 대해 어느정도 안도하고 있는 기색이 역력하다. 열린우리당의 한 고위당직자는 이날 "DJ와 원만하게 오해가 풀렸다"며 "DJ가 치료에 전념하도록 모든 협조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당이 문희상(文喜相) 의장의 병문안 계획이 성사되지 않은 뒤 표출했던 답답한 심정을 감안해 본다면 상당한 자신감을 내비친 셈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 일각에서는 지난 11일과 12일 김우식(金雨植)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가 DJ를 병문안하는 과정에서 여권과 동교동 사이에 모종의 `화해'가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특히 당 안팎에서는 국민의 정부 시절 교육장관을 지냈던 이 총리의 병문안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양측은 30분 가까이 계속된 이날 면담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 총리는 면담이 끝난 뒤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병원에서 떠나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 때문에 우리당 일각에서는 이 총리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진심을 전달하고 DJ의 이해를 구하는데 성공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동교동의 최 비서관은 "그런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고 잘라 말했다. DJ의 한 핵심 측근도 "국정원의 섣부른 발표가 어떤 의도에서 이뤄졌는지 아직 규명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전.현 정부간 갈등 해소라는 여권의 해석은 성급한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때문에 향후 불법도청에 대한 국정원의 자체 조사와 검찰 수사 진행 양상에 따라 잠깐이나마 소강국면에 접어든 양측의 갈등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견해도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