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9일 `안기부 X파일' 진상규명이라는 동일한 대의를 앞세우고 각각 특별법과 특검법이라는 별도의 처방전을 내놓은 가운데 상대방의 법안에 대한 위헌 공방도 가열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야4당이 제출한 특검법은 헌법 제18조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않을 권리'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특검법 발의를 주도한 한나라당은 여당의 특별법이 사법부 권한을 침해하는 헌법파괴적인 법안이라고 맞서고 있다. 우리당 문병호(文炳浩) 법률담당 원내부대표는 "특검법은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이라도 위법사실에 대해 공표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수사기관인 특검이 관련 내용까지 공개한다면 이는 헌법상 `통신비밀보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 부대표는 이어 "야당이 주장하는 특검법은 법리적으로 맞지 않고 국가운용 체계를 혼란시킨다"며 "제대로 작동되는 국가기관인 검찰을 무력화시킨다는 측면까지 고려하면 특검법이 특별법보다 오히려 더 위헌소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임태희(任太熙) 원내수석부대표는 "테이프 내용을 공개하면 불법이기 때문에 불법인 것과 아닌 것을 민간기구가 정하자는 게 여당 특별법의 골자"라고 전제한 뒤 "불법 여부 결정은 사법부의 고유권한이므로 민간기구가 결국 사법부의 판단까지 한다는 것은 헌법 파괴적이고 위헌적 발상"이라고 강조했다. `불법도청근절대책기구' 조사위원장인 권영세(權寧世) 의원은 "민간기구가 혐의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내용까지 공개하면 대단히 위험하다"며 "이는 인권유린과 관련자의 명예훼손, 사생활 침해의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두 법안이 공히 위헌논란을 겪는 이유는 특별법의 경우 불법도청 테이프의 내용을 공개로 하고 있고 야당의 특검법도 '테이프 내용 중 위법사실이 확인될 경우 수사결과 발표형태로 공개할 수 있다'는 조항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즉 두 법안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상 도청 내용의 누설금지 조항을 어떤 형태로든 어겨야 하는 숙명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여야는 두 법안에 수반되는 위헌 논란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이유를 내세워 위헌논란 차단에 나섰다. 여야 모두 헌법에 규정된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법률로 이를 제한할 수 있다"는 조항을 통해 특별법과 특검법의 위법성 사유를 조각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 우리당은 사생활은 비공개로 했기 때문에 헌법 17조 `사생활 비밀 침해금지' 조항를 위반하지 않았고, 테이프 공개범위를 결정할 진실위원회가 공공의 이익에 관련된 것만 공개키로 했기 때문에 위헌소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문병호 부대표는 "테이프 내용공개를 민주주의 발전에 이바지하고 알권리를 충족한다는 공적이익의 경우로 한정했기 때문에 위헌소지가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도 여당이 제기하는 "특검수사 내용 중 위법사실의 공개가 기본권 침해"라는 주장에 대해선 공익적 이유를 내세워 위헌시비를 차단했다. 임 수석부대표는 "상당부분은 불법사실이 확인되고 다른 물적 증거가 같이 있다면 참고자료로 테이프를 공개해도 된다는 게 다수설"이라고 강조했고 권영세(權寧世) 의원은 "공익적인 여러 이유가 있으면 위법성은 조각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섭 안용수 기자 jamin74@yna.co.kr aayy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