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9일 "제가 원하는 것은 대연정보다는 선거제도 개혁"이라며 "선거제도 개혁을 아무리 하려고 해도 안되니까 정권을 내놓는 한이 있더라도 선거제도는 꼭 고치고 싶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전날 '한나라당 주도 대연정' 제안 취지를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대연정 제안은 소위 말하는 반대급부의 내용이고, 진정으로 제안한 것은 선거제도를 고치자는 것이며, 지역주의를 해소할 수 있는 선거제도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정당은 정권을 목표로 존재하고, 정권은 국정운영의 기회이고 또한 책임인만큼 한나라당이 참여정부의 나라살림에 위기감을 갖고 있다면 국정운영할 기회가 있을때 적극 환영해야 할 것"이라며 "하지만 정권 싫으면 안받아도 좋으니 선거제도 개편이라도 받아줬으면 좋겠고, 그것이라도 진지하게 고민하자"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선거제 개편에 집착하는 것은 분열주의, 지역구도를 해체하고 우리 정치를 한단계 성숙한 정치로 업그레이드 해 '정치재건축'을 하자는 뜻"이라며 "우리 정치를 고치고 바로잡아 새 정치로 나아가는 것이 개혁의 내용"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지역구도 문제가 해결되면 정치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중대한 문제들이 대부분 해결될 것"이라며 "반대로 지역구도가 해결되지 않고는 분열적 요소가 결코 극복되지 못할 것"이라고 지역대결 정치구도 타파를 역설했다. 선거제 개편의 방향과 관련, 노 대통령은 "내가 틀에 박아 얘기하면 정치권의 대화, 토론에 어려움이 생긴다"고 전제, "지금 나와 있는 얘기들이 권역별 비례대표, 독일식 비례대표제가 있고, 필요하면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자는 말을 옛날에 한적이 있는데 늘리더라도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대연정' 제안의 초헌법적 발상 논란에 대해 "헌법상 허용된다고 본다"며 "우리 헌법의 내용은 상당히 유연하게 만들어져있고, 헌법 해석을 사회의 변화에 맞게 유연하게 해야 하며, 법논리를 모든 사회현실을 제약하는 방향으로 해석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대연정을 위한 개헌 필요성 논란과 관련, "프랑스도 제5공화국 헌법을 동거정부를 예측해서 만들지 않았고, 야당이 의회 다수파가 된 후 그 헌법 아래에서 동거정부가 만들어졌고, 비교적 원만하게 운영돼 왔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프랑스 동거정부의 대통령과 총리, 내각의 권한이 헌법상 명확한 경계가 있는 것이 아니며, 각각의 역할은 정치관행을 통해 잘 분배돼 있을 뿐"이라며 "한국도 정치적 합의로 권한 배분을 적절하게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주도 대연정' 실현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이념적 정체성 논란과 관련, 노 대통령은 "정체성이 아주 다른 정당끼리 대연정이 성공한 역사가 있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차이는 역사적으로 대연정에 성공한 사례보다 오히려 작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90년 3당 합당이후 역사성을 달리하는 사람들이 지역으로 당을 나누는 바람에 우리당도, 한나라당도 정책노선의 스펙트럼이 넓고, 그런 점에서 양당은 상당히 유사한 점이 있고, 실제로 노선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도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그렇다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에 정체성을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다"며 "한나라당이 주도하는 연정을 하더라도 그것은 정부를 주도하는 것으로 국회 토론의 장은 열려있고, 국회 의석구조는 그대로이며, 양당이 합동의총을 하고 진지하게 토론하는 정치를 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합당과 연정은 아주 다른 것"이라며 "밀실에서 하는게 아니라 국민 앞에 공개하고 토론을 거쳐 하자는 것이며, 정권을 위해서 제도를 붕괴시킨 것이 3당 합당이라면, 나는 제도를 바로 세우기 위해 오히려 정권을 포기할 수 있다는 제안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성기홍 기자 sg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