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지난 9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중앙언론사 고위인사와 대기업 고위 임원이 대선자금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는 내용의 불법도청 `X파일'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것과 관련, 22일 한 목소리로 "불법도청은 정권비호를 위한 행위인만큼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X파일 태풍'으로 민생이 뒷전으로 밀릴 것이 우려된다는 경계의 목소리와 함께, 기밀자료가 유출된 것은 정권교체시마다 이뤄져 온 `공무원 숙정' 작업이 한 원인이라며 과거정권에 비판의 화살을 돌리는 듯한 주장도 나왔다. 맹형규(孟亨奎)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국가권력에 의한 도청과 어두운 과거사는 반드시 청산되고 진실은 밝혀져야한다"면서도 "그러나 이로 인해 민생이 실종될까 우려된다. 과거가 현재와 미래의 발목을 잡을까 안타깝다"면서 `X파일 태풍'의 확산을 경계했다. 맹 정책위의장은 "선거가 없는 해인만큼 정치권이 민생에 `올 인' 할 수 있는 시기"라면서 "한나라당은 먹고사는 것과 무관한 정쟁에 휘말리지 않고 민생경제를 살리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무성(金武星) 사무총장은 "불법도청은 정권을 비호하기 위해 상대의 약점을 들춰내는 행위로 근절돼야 할 범죄"라며 "혹시 지금도 어느 구석에서 이런 범죄가 진행된다면 즉각 중단돼야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도 김 사무총장은 "도청이 잘못이긴 하지만 보안이 생명인 내부정보가 외부로 유출되고 피도청자의 약점을 협박하는 것은 큰 사회적 병리현상"이라며 "이는 정권교체기마다 당선자가 점령군처럼 공무원을 죄인시해 몰아내다보니 국가에 대한 충성이 허물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권영세(權寧世) 전략기획위원장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무참히 짓밟는 행위를 한 `미림'이 어떻게, 언제까지 활동했는지 그리고 지금도 이름만 바꿔 활동하는 것이 아닌지가 밝혀져야 한다"면서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조사될 지가 우려되는 만큼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권 기획위원장은 이어 "(도청된) 테이프의 내용도 상당 부분 밝혀진 만큼 전체가 밝혀져야 한다. 특정인에게 불리한 것은 은폐된 채 유리한 것만 공개된다면 도청자체보다 위험한 일"이라며 `X파일' 전체의 공개를 촉구했다. 서병수(徐秉洙) 제1정조위원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YS정권 시절에는 도청이 없었다고 믿었는데, 경악스러운 일"이라며 "현 정부와 향후 정부에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조사해야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