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21일 김영삼(金泳三) 정부 당시 국가안전기획부가 특수도청팀을 통해 유력 인사들의 발언을 불법 도청했다는 조선일보 보도와 관련, 문민정부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는 데 놀라움을 표시하며 앞으로 국정원의 정치개입이 사라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나라당은 또 MBC가 입수한 도청 테이프(X-파일)에 모재벌그룹 고위인사와 중앙일간지 고위층간에 97년 대선자금 지원 논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소문과 관련, 사태의 파장이 당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맹형규(孟亨奎) 정책위의장은 "(안기부의 불법도청에 대해) 국정원이 그런 짓을 해선 안된다"면서 "국정원이 앞으로도 이런 비열한 정치적 음모에 관여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비판적 입장을 밝혔다. 국회 정보위원인 권철현(權哲賢) 의원은 "군사독재 정권도 아니고 문민정부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는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놀랍다"면서 "이번 기회에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을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의원은 `X-파일'에 담긴 대선자금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모재벌 뿐만 아니라 어지간한 큰 그룹은 모두 관련된 것으로 2002년 대선때도 다 밝혀졌다"면서 새로운 사실이 아님을 강조하고 "2002년 대선 이후 `차떼기'니 뭐니 해서 상당부분 드러난 것인 만큼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면 된다"고 말했다. 문민정부 시절 안기부 제1차장을 지낸 정형근(鄭亨根) 의원은 도청 사실에 대해 "금시초문"이라며 "당시 수사국장을 오래 하다가 기획판단국장으로 옮겨 그런 사실을 알 만한 위치에 있지 않았다"며 사전 인지설을 전면 부인했다. 국정원이 이번 사건에 대해 조사에 착수키로 한데 대해 정 의원은 "잘된 일이다. 조사하면 진상이 모두 밝혀질 것"이라고 긍정 평가하고, 조선일보의 보도 배경에 대해서는 "라이벌 신문과의 관련도 있어서 특정한 목적을 갖고 선정적인 보도를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안기부 근무 경험이 있는 일부 의원들은 보도내용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홍준표(洪準杓) 의원은 "문민정부 시절 안기부가 불법 도청조직인 `미림팀'을 운영했다는 것과 `X-파일'의 존재는 한달전부터 소문으로 돌던 얘기"라고 말했고, 권영세(權寧世) 의원도 "미림팀은 중앙정보부 시절부터 유명했다. 유명한 룸살롱은 가지 말라는 얘기가 많았다"고 확인했다. 한 의원은 X-파일에 나오는 것으로 알려진 모 인사를 거론하며 "소문 내용이 상처받을 만한 사안"이라며 "현재의 지위도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유의주기자 ye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