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북측 대표단의 도착과 함께 시작되는 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 제10차 회의는 작년 7월 이후 진전을 보지 못한 경협 기반 확충 문제를 집중 협의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특히 지난 달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면담에 이어 21∼24일 제15차 장관급회담에서 나온 수산협력 등 새로운 경협 의제를 구체화하기 위한 후속조치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 경협 기반 확충= 우선 2002년 12월 이후 작년 5월까지 합의한 9개 경협 합의서의 조속한 발효문제가 시급한 논의대상이다. 개성공단 통관, 검역, 통신 합의서와 개성공단 및 금강산 출입.체류 합의서, 차량 도로운행 기본합의서, 상사중재위원회 구성.운영 합의서, 열차운행 기본합의서, 남북해운합의서 및 그 부속합의서 등이 아직 시행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주로 경협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되는 부분들이다. 예컨대 2003년 1월 체결한 개성 및 금강산 출입ㆍ체류 합의서는 출입절차, 체류 등은 물론 법질서 위반자에 대한 처리나 피해 보상문제 등을 규정했고 열차운행합의서는 운행시간과 열차 속도, 사고처리 및 책임 부담 등에 대해 자세히 정해 놓았다. 또 해운합의서와 부속합의서가 정식 발효되면 남북 해상물류를 본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다. 이미 올 5~6월 대북 비료 지원 당시에 북측 선박이 우리 항만에 들어오는 과정에서 이 합의서가 정한 항로대가 시험적용되기도 했다. 우리측의 경우 작년 9월과 12월 두차례에 걸쳐 국회 본회의에서 이들 합의서를 통과시켜 내부 절차를 끝낸 만큼 북측도 이런 절차를 거쳤다면 바로 문서 교환을 통해 발효할 수 있어 이번 회담에서 큰 이견은 없을 전망이다. 또 육로나 철도 통행이 군사분계선을 지날 수 밖에 없는 만큼 이를 군사적으로 보장하는 군사보장합의서 체결 문제 등을 협의할 가능성도 적지 않지만 군 당국과 관련된 사안이어서 당장 합의될 성격은 아닌 것으로 평가된다. 제6차 경협위 때부터 논의된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 설치 문제는 이미 작년 6월 제9차 회의 때 개설 및 운영에 관한 합의서를 문서교환 방식을 이용해 채택키로 합의한 만큼 합의서 작성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무소가 개성공단 안에 개설되면 종전 대북 경협을 위해 중국 베이징(北京)이나 단둥(丹東)까지 가서 협의하는 불편 없이 수시로 북측과 논의가 가능해지는 인프라를 확보한다는 점에서 남북 경협의 촉매 역할을 할 전망이다. 특히 북측 지역에 우리 공무원이 상주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는 의미도 있다는 게 정부 당국자의 설명이다. ◇ 수산협력 시발점= 수산협력실무협의회 구성 문제는 새로운 안건이다. 이 때문에 우리측에서 종전 경협위에 참가하지 않았던 해양수산부에서 어업자원국장이 대표중 한명으로 참석하게 됐다. 수산협력은 지난 달 17일 정 장관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제의한 것으로 제15차 장관급회담에서 서해 평화정착 촉진을 위해 수산협력실무협의회를 구성ㆍ운영키로 하고 7월 중 개최키로 합의하면서 구체화됐다. 이에 따라 이번 회의에서는 수산협의회 구성 방식과 구체적인 첫 회의 개최 시기 및 장소 문제가 논의될 예정이다. 한발짝 나아가 공동어로나 양식단지 조성, 기술교류 등 세부 의제까지 정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수산협의회가 출범하면 향후 공동어로를 통해 경제적으로는 이익 증대를, 정치.군사적으로는 민감한 해역에서의 긴장완화, 제3국 어선의 불법 어로활동 근절이라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김정일 위원장이 수산협력에 적극 공감하기는 했지만 군 당국의 적극적인 협조 없이는 향후 추진에 적지 않은 난관이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장성급군사회담의 조기 개최를 통한 군사적 긴장완화가 병행돼야만 수산협력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 임진강 수해방지 진척 관심= 임진강 수해방지 사업은 2000년 8월 말 제2차 장관급회담부터 논의된 장기 미제에 해당한다. 임진강 유역에 폭우가 올 때마다 우리측 경기 북부지방에 수해로 연결되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 시작된 것으로, 2000년 9월 북측 김용순 특사의 서울 방문과 2002년 4월 임동원 특사 방북에서도 논의될 정도로 비중 있는 사안이다. 그동안 3차례에 걸친 실무협의회가 열린 것은 물론 장관급회담과 경협위의 단골 의제로 등장, 작년 3월 제8차 경협위를 거쳐 그 해 4월부터 현지조사에 착수한다는 내용의 임진강 수해방지 합의서를 타결했다. 이어 작년 4월 제3차 실무협의회에서 조사항목 등에 대한 협의를 거쳐 5월 18일 에는 우리측에서 북측 현지 조사용 기자재를 전달하고 우리측은 6월 10일부터 2개월간 임진강 유역에 대한 단독조사를 실시했다. 문제는 북측이 그 후 진행 상황을 통보하지 않고 무대응으로 일관해왔다는 점. 기상ㆍ수문 분야 등 관련 자료 제공이나 홍수예고 통보체계에 대한 검토결과 제시 등을 희망하는 우리측 통지에 대해 북측은 일절 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작년 4월까지는 속도감이 있었는데 기자재를 제공한 뒤로 진척이 없는 상황"이라며 "단독조사 후에 공동조사에 들어가기로 돼 있는데 공동조사 문제 때문에 그런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우리측은 이번에 북측의 진의와 단독조사 상황을 파악하고 기상ㆍ수문 자료를 제공해 줄 것을 요청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지만 북측이 종전과 같은 반응을 보인다면 논의가 겉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철도ㆍ도로 연결= 경의선ㆍ동해선 도로 개통식과 철도 시험운행 문제는 이미 어느 정도 공감대를 확보, 공방전이 벌어질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도로의 경우 이미 작년 말 완공돼 남북 간 혈맥의 역할을 하고 있어 정식 개통식을 여는 데 큰 문제가 없어 보이는 만큼 구체적으로 개통식 날짜를 잡을 수 있을지 여부가 관심사가 되고 있다. 철도의 경우 작년 9차 경협위에서 북측이 동해선ㆍ경의선 동시 개통을 주장함에 따라 철도연결 구간 개통을 2005년 동시에 진행하고 2004년 10월부터 복원된 구간에서 열차시범운행에 들어가기로 합의했지만 둘 다 성사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이번에는 그 시기를 연내에 잡는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관계자는 "철도 개통을 올해 내에 하기로 이미 합의한 상태여서 북측도 호응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개통 전이라도 가능한 구간에서 시험운행을 통해 일부 화물 수송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며 기대를 내비쳤다. 더욱이 김정일 위원장이 지난 달 17일 정 장관과 면담에서 종전 경의선ㆍ동해선 동시 개통 원칙을 백지상태에서 재검토하겠다고 설명, 경의선을 먼저 개통할 수 있는 기반도 확보한 상태다. 동해선 철도 공사는 우리측 문제로 다소 지연되고 있다. ◇ 쌀 차관은 물량이 초점= 우리측은 북측이 제15차 장관급회담에서 올해 식량 차관을 요청해 옴에 따라 동포애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북측에 식량을 제공하겠다는 원칙에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절차와 규모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쟁점은 우리측이 일반적으로 매년 제공하던 쌀 차관이 40만t인 점에 반해 북측이 장관급회담을 통해 요청한 물량이 50만t이라는 점이다. 작년에는 국내산 10만t과 외국산 30만t 등 40만t을 차관 방식으로 제공키로 합의하고 그 해 7월 16일 한국수출입은행과 조선무역은행이 차관계약서를 체결했다. 당시 차관 조건은 t당 단가가 300달러, 차관금액은 1억2천400만달러였다. 2000년에는 쌀과 옥수수를 섞어 50만t을 제공했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 차관 규모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북측의 요청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왜냐하면 비료지원이 예년에는 봄 20만t, 가을 10만t 등 총 30만t씩 이뤄졌지만 올해는 1차 20만t에 이어 북측의 긴박한 사정을 감안, 15만t의 추가 지원이 결정되면서 이미 예년 물량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남북협력기금 운용 계획상 민족공동체회복지원자금중 대출 항목에 예년 수준인 1천500억원 가량을 쌀 차관용으로 책정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