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7일 "대통령의 권력을 이양하겠다" "내각제 수준으로 권한을 내놓겠다"며 정치구조, 특히 지역구도 해소를 위한 강한 의지를 권력구조 문제와 연결하며 더욱 강한 톤으로 역설하고 나섰다. 여소야대 구도 극복을 위한 '연정'(聯政) 언급과 맞물려 노 대통령이 구상하는 원활한 국정운영의 윤곽이 조금씩 구체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청와대는 일련의 대통령 언급이 "개헌논의를 염두에 둔 게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있고, 현 시점 조기개헌 논의가 실익도 없는 만큼, 대통령 구상은 일단 현행 헌법 테두리내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한 권력구조 개선을 모색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의 구상은 대통령제 헌법의 내각제적 요소를 살려 지난해 총선이후 도입한 '책임총리제'를 더욱 강화, '연정'을 형성하는 야당까지도 포함한 국회 다수파에게 조각권을 넘기는 방식으로 '권력 이양'을 하겠다는 뜻으로 보여진다. "내각제 수준으로 권한을 내놓겠다'는 말의 구체적 의미는 의회 권력에게 총리를 비롯, 각료들을 구성할 수 있는 권한을 넘기겠다는 말에 다름아닌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국회 다수파에 의해 지명된 총리를 비롯, 각료들은 세부 국정현안을 챙기며 '내치(內治)를 책임지고, 대통령은 외교안보 등 '외치'(外治)를 비롯해 보다 큰 틀의 국가 미래를 설계하는 쪽으로 역할분담이 이뤄지는 권력구조인 셈이다. 물론 전제는 지역대결 구도 타파를 비롯해 현행 정치구도를 바꾸겠다는 포괄적이고 큰 틀의 정치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연정'을 '정치적 야합'으로 보는 비판적 시각을 불식시키기 위해 정치개혁을 위한 정책합의와 국민적 동의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노 대통령은 "정치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한다면..." "진지하게 지역구도를 해소하는 제도로 협상한다면..."이라며 지역구도 해소, 비정상적 정치구조 개선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야당측이 이러한 구상에 원칙적으로 호응한다면 이러한 방식의 권력 운용은 헌법 개정없이도 충분히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대통령의 구상은 정치 풍토, 문화, 관행의 개선을 통해 현행 헌법 테두리내에서 가능한 대안을 찾아보자는 것"이라며 '개헌'과 선을 그었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구상은 프랑스형 대통령제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프랑스의 경우 야당이 의회내 다수를 점하게 되는 경우에 대통령이 아닌 의회가 주도권을 갖고, 의원내각제와 마찬가지로 내각을 구성한다. 다시 말해 '동거정부(co-habitation)'가 출현하는 셈이다. '동거정부'에서는 대부분의 국정운영 책임은 총리와 내각이 지게 되며, 대통령의 역할은 외교, 국방 등 일부 분야에 국한된다. 헌법상 대통령중심제이면서도 사실상 내각제에 가까운 형태로 체제 특성이 변하는 것이며, 의회내 다수파와 대통령간에 빚어지는 갈등을 '권력 분점정부'를 구성함으로써 해소하는 것이 프랑스식 대통령제의 특징이다. 노 대통령도 이날 간담회에서 프랑스 '동거정부'를 거론하며 관심을 표명했다. 노 대통령은 "연정은 한국에서도 공개.비공개적으로 시도할 수 있다"며 적극적인 의지를 피력했고, 프랑스 '동거정부'를 예로 들며 "어느 정도 잘 꾸려가느냐가는 그 나라 정치수준인데 우리 정치도 그 수준으로 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연정은) 대통령의 사정으로 시도못하는게 아니라, 야당 사정이 못받아 주는 것 아니냐"고 말했고, "지역구도를 해소하는 제도로 대통령과 협상한다면 (권력이양 문제를) 협상할 용의도 있다"며 강한 실현의지를 피력한 만큼 향후 야당과의 협상이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성기홍기자 sg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