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차 장관급회담에 참가한 남북 양측 대표단은 23일 12개항의 공동보도문에 합의했다.

특히 이번 회담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의 `6.17 면담' 이후 열린데다 작년 4월 이후 14개월만에 재개되는 회담이어서 정치.군사.경제.사회 등 다방면의 교류에 의견을 모았다.

◇ 정치.군사
남북 양측 대표단은 이번 회담에서 제16차 회담을 오는 9월 13일부터 백두산에서, 17차 회담을 12월중에 남측 지역에서 열기로 함에 따라 사실상 장관급회담의 정례화에 합의했다.

김천식 남측 회담 대변인은 "북측이 회담 정례화에 대한 확답은 주지 않았고 이제까지 예를 보면 유동적인 측면이 없지 않다"며 "그러나 이번에 17차 회담 일정을 못박은 것은 북측도 정례화에 호응해 오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 합의를 통해 작년 6월 이후 열리지 않고 있는 장성급회담의 재개도 이뤄지게 됐다.

회담에 참가한 북측 대표단이 업무영역을 이유로 개최날짜를 명기하지 않았지만 장소를 분명히 한 만큼 남북한 군사 당국간 협의를 거쳐 다음 달에는 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게 정부측 설명이다.

장성급회담이 재개되면 서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방안과, 중단된 군사분계선 지역의 선전물 철거작업 등이 논의되고, 남북이 지난 2000년 1차 회담에서 합의했던 제2차 국방장관회담의 개최 문제도 논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 경제협력
북한은 이번 회담을 통해 제주해협 통과라는 그동안 숙제 하나를 해결하게 됐다.

제주해협은 국제항로로 지정돼 국제해사기구(IMO의) `세계 상선 편람'에 등록된 상선은 운항이 가능하지만 북측 상선은 북한선박이라는 이유로 제주해협 통과를 막아왔다.

이에 따라 서해에서 동해로 가는 북한상선은 남북간 협의를 거쳐 해운합의서의 항로대를 변경하면 항해거리를 400해리 줄이고 항해일정도 하루 반 정도 단축시키게 된다.

이번 회담을 통해 수산협력실무협의회와 남북농업협력위원회가 새롭게 구성돼 운영되게 됐다.

남북 양측은 서해상에서의 평화정착을 촉진하기 위해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산하에 수산협력실무협의회를 구성하고 7월중 첫 회의를 열기로 함에 따라 제3국 어선의 서해상 조업 단속 및 꽃게잡이철 남북한 공동어로작업방안 등이 집중 논의될 전망이다.

또 농업협력위원회는 차관급을 위원장으로 구성돼 7월중순 개성에서 첫 회의를 갖고 농업을 '주공전선'으로 설정한 북한을 지원하는 방안을 집중적으로 협의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비료나 비닐박막, 농기계 등의 지원방안 뿐아니라 남북한 공동 종자개량사업 등도 적극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여 북한의 먹는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한의 협력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남북 양측은 다음 달 9일부터 나흘간 서울에서 경협위를 열고 각종 경제협력 현안을 논의하고 특히 북한에 쌀차관을 지원하는 방안을 협의하게 된다.

정부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40만t의 쌀을 차관방식으로 북한에 지원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 이산가족

이번 장관급회담에서 남북 양측은 이산가족 문제를 풀기위한 일정을 짜는데 성공했다.

우선 작년 7월 이후 중단된 상봉은 8월 26일 금강산에서 재개되며 이산가족 문제의 제도적 해법인 면회소의 착공도 동시에 이뤄진다.

그동안 차일피일 미뤄져 온 면회소 건설을 위한 지질조사와 측량도 7월중 마치기로 해 면회소 건설을 위한 본격적인 발걸음을 내딛게 된 셈이다.

현재 면회소 건설을 위한 실시설계를 마쳤고 빠르게 공사를 진행하면 1년 정도면 마무리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르면 내년 여름 이산가족들의 숙원사업인 면회소를 보게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사이버 공간을 이용한 이산가족들의 상봉도 본격화되게 됐다.

6.17면담을 통해 김정일 위원장의 긍정적인 답변을 받아낸 화상상봉이 다음 달 10일 개성에서 실무접촉을 가진 뒤 8.15를 계기로 이뤄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굳이 금강산 등 북측 지역에 가지 않고도 북측의 가족을 만날 수 있게 되는 것이어서 신기술이 민족이 가진 이산의 한을 푸는 유용한 도구로 사용되게 됐다.

또 남북은 8월중 제6차 적십자회담을 열고 국군포로와 6.25전쟁시기 납북자 문제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며 정부는 이를 전쟁이후 시기의 납북자 문제의 해결에까지 이어갈 계획이다.

김 회담 대변인은 "작십자회담의 협의 대상은 국군포로와 전쟁시기 납북자도 포함한다"며 "협상하다보면 그 이후 시기까지도 포괄하는 범위로 논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사회.문화

남북 양측은 이번 회담에서 을사5조약 100주년을 맞아 이 조약의 원천무효를 확인했다.

그동안 남북 양측 민간급 행사에서 일본의 강점과 역사왜곡 문제에 대해 공동의 목소리를 낸 적은 있지만 당국 차원에서 일본에 대한 공동의 목소리를 공식으로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남북 양측은 이 같은 입장을 북관대첩비 반환을 통해 실천으로 옮기기로 이번 회담에서 합의했다.

남북 양측은 앞으로 일본과의 반환교섭과 북관대첩비 반환 후 어떤 식으로 북측으로 수송할 지 등의 실무적인 문제를 협의하게 되며 이의 창구는 남측의 문화재청이 맡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 이번 회담에서 남북 양측은 광복 60주년을 맞아 안중근 의사의 유해발굴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해 일제시기 항일의 정신을 공동으로 살려나가게 된다.

안중근 의사의 유해발굴은 1970년대 김일성 주석의 지시에 따라 북측에서 관심을 가져왔고 90년대초 한중수교 이후 국내 학계에서 많은 연구를 진행해온 만큼 남북 양측의 협력을 통해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온 안 의사의 유해를 찾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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