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제가 10년을 맞이하게 됐지만 풀뿌리 민주주의와 함께 지역경제의 자생력을 높여 경제적인 균형발전을 도모하려는 시도는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게 경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한국은행의 지역별총생산(GRDP)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2년 전국 대비 지역별 총생산 비중에서 서울(21.9%)과 경기(21.1%), 인천(4.9%) 등 수도권 비중은 47.9%로 거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이는 지방자치제 출범 당시인 1995년 서울 23.7%, 경기 17.0%, 인천 5.0% 등 수도권 비중이 45.7%였던데 비해 수도권의 경제력 집중 현상이 심화된 것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수도권의 비중은 1985년 42.0%에서 1990년 46.2%, 1995년 45.7%, 2000년 47.2%로 계속 늘어나다 2001년에 47.1%로 잠시 주춤하기도 했으나 경기도를 중심으로 다시 심화되는 추세다. 이에 비해 다른 지역은 초라할 따름이다. 수도권이외 지역에서 생산비중이 가장 높은 경남 지역도 6.8%에 불과하고 경북 6.6%, 부산, 6.1%, 인천.울산 각 4.9%, 광주 2.3%, 대전 2.4%, 강원 2.5% 등 순이며 특히 제주는 0.9%에 불과하다. 서울의 경우 경제력이 최하위인 제주의 23배를 넘는 셈이다. 최종소비지출 비중은 더욱 심하다. 서울 23.7%, 경기 19.4%, 인천 5.2% 등 수도권 비율이 48.4%에 달하며 이는 1995년보다 역시 1.4%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총고정자본형성(투자) 비중도 경기 22.7%, 서울 19.7%, 인천 5.2% 등 수도권이 47.6%로 2.9%포인트 높아졌다. 결국, 생산, 소비, 투자 등 모든 경제활동 측면에서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주요 정책결정기관, 금융회사, 대학 등 기관이 수도권에 모여있고 수요도 많은 만큼 기업들이 효율성 측면에서 수도권을 떠나지 않고 국민들도 취업 등을 위해 높은 집값과 생활비 등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는 수도권 공장 총량규제 등 정부의 지역균형 발전 노력이 제대로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문제는 개선의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경제의 혈관이랄 수 있는 금융 부문의 경우 외환위기이후 지역 금융이 위축되면서 지역 경제의 발전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점은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전체 금융기관이 보유한 금융자산중 수도권내 금융기관 비중은 97년 59.8%에서 지난해 60.6%로 늘어난데 비해 지방 비중은 40.2%에서 39.4%로 감소하는 등 지역밀착형 금융기관 중심으로 지역금융이 위축되고 있다. 아울러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등 지역 중소기업에 생산자금을 적극적으로 공급해야할 지역밀착형 금융기관의 지역자금 역외유출비율도 1998년부터 30∼40%대를 이어오는 등 지역 금융기관을 통한 역내 자금 환류도 미흡한 상황이다. 참여정부가 그동안의 지역균형 발전 정책에서 기존의 수도권 규제정책을 탈피해 행정수도 이전 등 방안을 강구하는 배경에는 이런 점이 자리잡고 있다.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인 수도권 집중화 현상을 풀어보겠다는 것이다. 특히 집중화에 따라 물류비, 공장이나 사무실 땅값, 근로자의 주거비 등 부담이 갈수록 커지면서 집중화의 효율성을 점차 상쇄하는 점도 지역균형 발전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물론 수도권 집중화 해소를 위한 방법론에 있어서는 정치, 경제, 사회적인 이견이 많지만 지역균형 발전을 이뤄야 한다는 명제에 대해서는 이론이 없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위원은 "중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역 균형 발전을 도모해야 하고 다른 나라들도 균형 발전을 추진하기는 마찬가지"라며 "지방자치제가 궁극적으로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지역 경제가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경수현기자 evan@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