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8일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을 출석시킨 가운데 통일.외교.안보분야 대정부 질문을 갖고 북한 핵문제, 한미정상회담, 6자회담 재개 방안 등에 대한 정부의 대책을 추궁했다. 특히 야당 의원들은 정부의 북핵 인식이 안이하다고 질타하면서 시스템을 무시한 정부의 정책 혼선이 외교안보 정책에도 나타나고 있다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전면적 쇄신을 주장하는 동시에 동북아 균형자론의 폐기를 요구했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오히려 NSC의 위상 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정부의 노력 강화를 주문했다. 한나라당 유기준(兪奇濬) 의원은 "미 정보당국은 지난 98년5월 북한이 파키스탄의 사막을 빌려 핵실험을 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미국 정보로는 파키스탄이 실시한 98년5월28일, 5월30일 잇단 핵실험 중 두 번째 실험이 북한과 공동으로 실시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사실 여부를 따졌다. 유 의원은 "미국 국방정보국(DIA)은 플루토늄을 이용한 핵폭탄만 7∼8개, 우라늄 폭탄은 4∼8개로 총 12∼15개의 핵폭탄을 북한이 보유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정부의 북핵 파악상황을 추궁했다. 같은 당 박 진(朴 振) 의원은 "국정시스템의 병목현상을 일으키는 한가운데 NSC 사무처가 있다"면서 "자문기구로 규정된 NSC가 본연의 임무를 일탈해서 주요 국방정책을 갑자기 뒤집고, 주요 외교 독트린을 발표하는 월권 행위는 헌법과 법률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라면서 NSC에 대한 대대적 수술과 인적 쇄신을 강조했다. 박 의원은 또 사흘 앞으로 다가온 한미정상회담과 관련, "북한에 대한 기회는 있지만 이것이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는 메시지가 나올 것이라고 정부 고위 당국자는 예측했다"면서 정상회담에 임하는 정부의 대책을 물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최 성(崔 星) 의원은 "차제에 국가안보의 체계적 전략수립 차원에서 NSC 축소.폐지가 아니라 미국이나 선진국처럼 명실상부한 NSC 체제의 위상강화를 검토할 용의는 없느냐"고 반박했다. 최 의원은 또 "미일 공동작전계획 `5055'에 의하면 한반도 유사시라는 단서 아래 이미 2002년부터 무장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주둔이 미일 공동작전계획에 반영되어 있다"고 이달 한일정상회담에서 일본의 대북선제공격 절대불가가 의제로 채택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영길(宋永吉) 의원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빌 클린턴 또는 아버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대북 특사파견을 제안했다. 이밖에 한나라당 남경필(南景弼) 의원은 "2003년 7월 처음 내용이 유출된 `작계 5030'은 북한의 제한된 군사력을 감축시키기 RC-135를 북한 영공 가까이에 출현시켜 북한 전투기들의 연료를 다 써버리게 하는 등 다양한 계획들을 포함하고 있다"고 구체적인 내용을 물었다. 남 의원은 또 "대북 경제제재는 북한의 핵개발을 가속시킬 뿐"이라고 지적한 뒤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해서는 "서로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는 단계, 즉 연방 또는 연합의 단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 이승희(李承姬) 의원은 "우리가 통일이라는 집단최면에 걸려 위험하기 짝이 없는 현상황을 타개할 방향을 잘못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야 한다"면서 "한반도 문제 해결에 `통일'이라는 용어를 더 이상 사용하지 말자"고 반박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훈기자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