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와 행정부에서 한반도 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고위인사들이 잇따라 한미동맹 강화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짐 리치 미 하원 아태소위원장은 17일(현지시간) 워싱턴 윌라드 호텔에서 열린 조선일보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공동주최 '제2기 부시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 전망' 세미나에서 "한미동맹에 비판적인 미국 사람들"과 "완전한 자주국방 태세를 주창하는 한국 사람들"을 각각 비판하며 한미동맹 관계를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주재 대사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ㆍ태평양 담당 차관보도 같은날 뉴욕타임스에 실린 기사에서 많은 침략을 겪은 한국인들은 옛날에 자신을 억압했던 이웃보다는 미국과의 동맹을 중시해야 한다는 견해를 표명했다. 리치 위원장은 한국측에 대해 한국의 성취에 따른 변화를 "가감없이 환영할 뿐 아니라 한국민들과 함께 축하한다"거나 "자유는 필연적으로 판단의 독립을 함축하는 것을 안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한국이 심리적 독립을 내세우려 하다, 20세기 한국의 정치ㆍ경제 안정과 발전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한미동맹 구조를 21세기 들어 뜬금없이 기피하지 않을 만큼은 현명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주라는 이름으로 다른 나라와 거리를 둘 때 단기적으론 정치적 이득이 있을 것이나, 이것이 장기적으로도 현명한 정책인지는 의문"이라며 "동맹이란 그 사회의 심원한 이익과 관련된 것이어서 특정 행정부를 우선하고 초월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사실 강력한 동맹은 국가주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강화하는 것을 전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치 위원장은 미국에 대해서도 "과거 일에 대한 보은을 바라거나 바라는 것처럼 비쳐질 경우 마찰이 일어날 수 있음을 더 잘 인식했어야 한다"며 경계했지만 "한ㆍ미동맹은 북한을 억지하고 한국의 자유롭고 개방된 사회를 보전하며, 다른 열강이 또다시 경쟁적으로 한반도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가능성을 줄여주는 것"이라고 한국에 대한 미국의 의미를 역설했다. 이에 앞서 힐 차관보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동북아 균형자론'에 대해 "내가 한국인이라면 우리는 과거 우범지대(high-crime neighborhood)였던 곳에 살고 있다는 말이 타당하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내가 미래를 바라보는 한국인이라면 나는 스스로에게 '멀리 있는 강대국과 특별한 관계를 갖기를 원한다'고 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힐 차관보는 그러나 '우범지대론'을 이야기할 때 "과거에, 아마도 지금은 아니겠지만"이라고 분명한 조건을 달아 불피요한 오해의 소지를 제거했다. 힐 차관보는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참가국간 공조문제에 대해 "우리는 6자 회담 참가국들과 긴밀한 접촉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잘 협력하고 있고 이 어려운 문제가 이러한 관계에 어려움을 야기하는 상황이 초래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ydy@yna.co.kr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