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문희상(文喜相) 의장은 10일 `속풀이 정치'의 일환으로 시내 강서구의 한 개인택시충전소를 방문해 운전기사들과 오찬을 함께 했다. 문 의장의 `트레이드마크'격인 속풀이 정치는 국민과 함께 해장국을 먹으면서 애로사항을 청취한다는 취지로, 이날 행사는 4.30 재.보선 유세지원을 위해 20여일간 중단된 뒤 재개된 것이다. 문 의장은 기사식당에서 택시업계 대표와 운전기사 등 10여명과 해장국을 먹으면서 "밑바닥 체감경기가 아직 어렵고, 서민의 발인 택시기사들은 제대로 대우를 못받고 있다"며 "집권 여당으로서 여러분의 애로사항을 검토한 뒤 하나하나 연락을 해 드리겠다"고 말했다. 택시기사들은 택시강도 예방을 위한 차량내 택시운전자 보호막 설치와 자가용 대리운전 근절 대책 수립, LPG(액화석유가스) 특소세 폐지 등을 요청했다. 전국개인택시연합회 김남배 회장은 "정부가 택시기사들의 처우를 외면하고 있다"며 "정부가 규제하고 있는 택시운임을 자유경쟁체제에 맡겨 달라"고 말했다. 문 의장은 오찬에 앞서 충전소에서 대기 중인 택시기사들과 악수를 나눈 뒤 "택시업계 파이팅"을 외쳤다. 그러나 한 택시기사는 "음식점에서 소수의 의견만 들을 게 아니라 교통회관에서 전체 택시기사들을 모아놓고 의견을 들어야 한다"며 "열린우리당이 아니라 닫힌 우리당"이라고 고성으로 항의, 문 의장 일행을 당황시키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문 의장을 비롯해 박영선(朴映宣) 비서실장, 정장선(鄭長善) 제4정조위원장, 송영길(宋永吉) 노현송(盧顯松) 의원 등이 동행했다. 박영선 비서실장은 "문 의장은 취임 직후 속풀이 정치를 임기 마지막 날까지 펼치겠다고 약속했다"며 "문 의장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민생 속으로, 현장 속으로 다가가는 정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 의장이 스스로 `참담한 심정'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충격적이었던 재.보선 패배후 속풀이 정치를 재개한데 대해 당내 혼란이 최근 상임중앙위원 워크숍 등을 거치며 한 풀 꺾인 만큼, 이제부터는 강력한 리더십으로 당을 이끌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또한 문 의장이 속풀이 정치를 재개한 것은 `민생'으로 대표되는 실용주의 노선에 대한 고수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와 관련, 문 의장은 9일 밤 재.보선 선거운동 등에 적극 참여한 의원 10여명과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향후 당 운영에 대한 자신감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일부 참석자들은 "당내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문 의장이 앞으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당을 이끌어야 한다"고 건의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이 참석자는 "오랜만에 얼굴이나 보자는 자리라서 문 의장이 특별한 말은 하지 않았다"며 "문 의장에게 향후 당 운영에 대해 한 말씀 해보라고 하니 `앞으로 잘 될 테니 걱정하지 말라. 열심히 하자'고 답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조재영기자 koman@yna.co.kr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