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들이여, 고무신 거꾸로 신은 애인에 대한 분노나 원망은 금물이다." 육군 군수사령부 예하 제1보급창은 5일 선임병들의 군 생활 노하우를 담은 포켓북 형태의 '신병 병영생활 길라잡이'를 제작해 갓 자대배치된 신병과 고참병들에게 보급하고 있다. `길라잡이'는 전우들과 마찰을 빚은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고 애인과 결별했거나 복잡한 집안 문제 등이 생길 때 고참병들이 어떻게 극복했는 지를 사례별로 엮었다. 제대할 때까지 고무신 거꾸로 신지 않겠다고 찰떡같이 맹세한 애인이 어느 날 다른 남친이 생겼다는 이유로 결별을 통고할 때 느끼는 참담함은 많은 신병들이 겪는 아픔이다. 제1보급창 김모 상병은 자신의 솔직한 경험담을 털어놓으며 "헤어진 애인에 대한 분노나 원망을 갖지 말자. 분노나 원망을 한다고 그녀가 다시 나타나는 것도 아닌 만큼 겸허하게 받아드리자"며 "차라리 헤어진 여친을 생각할 시간을 운동이나 독서 등에 투자하자"고 조언했다. 김모 병장은 '어리버리 신병'들을 겨냥해 "내무실 맏 선임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면 조기에 적응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모르는 것은 내무실 동기나 친한 선임들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하늘 같은 선임병'과 친해지는 경험담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박모 병장은 "선임병을 꼬드겨 샤워장이나 P.X(군 매점)에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며 "배고프다고 조르는 후임병을 무시하는 치졸한 선임병은 없다"라고 적었다. 김모 상병은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으면서 선임병의 방식만을 무조건 원망하는 것도 올바르지 않다. 작업이든 근무든 모든 일에 '제가 하겠습니다'라는 성실함과 예의는 최고의 덕목"이라고 조언했다. 땀 냄새를 '발효과학', '지옥의 향기'라고 놀리는 고참병이 있다면 아무도 없는 뒷산에 올라 고참 욕을 실컷 해보는 것도 마음의 상처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정모 상병은 말했다. 고참병들에게 전하는 '충고'도 눈길을 끈다. 김모 대위는 "모든 병사들이 '내 동생이다'라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며 "고참병들은 '저 병사는 방금 군에 입대한 내 동생'이라는 마음으로 후임병을 대하는 것이 최선의 지도법이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three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