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법제처 업무보고를 끝으로 2005년 부처 업무보고를 모두 마친 가운데 `청와대 브리핑'이 4일 업무보고 뒷 얘기를 소개했다. 지난 60일간 진행된 업무보고에서 노 대통령이 언급한 `어록'을 중심으로 정리한 이날 `청와대 브리핑' 자료를 보면 노 대통령 특유의 솔직 화법, 독특하면서도 토속적인 비유 등이 총망라돼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법무부 업무보고에서 "정부 부처가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특단의 노력도 있어야겠지만 요령도 있어야 한다"며 "정치적 요령을 제안해 보겠다"며 넌지시 `국민 신뢰 회복법'을 알려줬다. 노 대통령이 제안한 방법은 `버리고 바꾸고 새로워지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것(기득권) 중에서 국민이 의심하고 있는 모든 것을 버리는 것"이라며 "또한 바꾸는 것이다. 그리고 끊임없이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라고 말한 것. 노 대통령이 유독 법무부 업무보고에서 이같은 `즉석 제안'을 한 것은 검찰이 아직 국민의 신뢰를 완벽히 받지 못하고 있는 만큼 국민의 신뢰 회복을 위해 속도를 내달라고 독려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또 지난 3월6일 건설교통부 업무보고에서 갈등 예방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홍역론'을, 국토 균형발전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병아리와 방구들론'을 각각 설명, 눈길을 끌었다. 노 대통령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홍역을 오히려 반가워한다. 홍역을 치르고 나면 다시 안하기 때문"이라며 "면역체계가 만들어지느냐 안만들어지느냐가 홍역을 치른 보람 아니겠느냐"며 지난해 건교부가 각종 현안 해결을 위해 고생했던 점을 격려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국토 재편성, 균형발전의 시급성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어린시절 병아리를 키운 경험담을 소개했다. 노 대통령은 "초등학교 다닐 때 양계를 하면서 병아리를 방에 키우는데 잠시 방구들 온도를 잘못 맞추면 병아리들이 한쪽 구석에 몰려들어 결국 절반쯤 밟혀 죽는다"며 "방이 골고루 따뜻하면 병아리가 쫙 흩어져 방바닥에 가슴을 대고 아주 편안하게 잠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삶의 집중도라는 것이 교통비용, 환경비용, 무슨무슨 비용 등 이미 그 수준에 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함께 곁들였다. 이와 함께 노 대통령은 3월16일 공정거래위 업무보고 때 공정위를 `심판'으로, 정부의 각종 규제정책을 받아들여야 하는 기업들을 `선수'로, 국민을 `관중'으로 비유하면서 공정위의 분발을 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까다로워 경기를 못하겠다고 짜증내는 선수들이 있고 `왜 자꾸 힘센 선수들의 눈치를 보느냐'는 관중들의 문제제기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스타 플레이어를 비롯한 일부 선수들의 불평과 항의로 공정위가 고생하지만 경기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부서는 공정거래위"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제가 경기위원장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심판위원회에 소신껏 규칙을 만들어 소신껏 심판하라고 밀어주고 있다"며 공정위의 공정하고 소신있는 `심판' 역할을 거듭 주문했다. 노 대통령은 공정위의 `실적 위주' 보고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잘하면 도둑이 없어지고 그러면 실적이 올라갈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진다"며 `경찰의 딜레마'를 거론한 뒤 "내년에는 `선수들의 만족도'를 지표로 만들어 업무보고에 포함시키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노 대통령은 "반찬은 그득한데 국민이 보기에는 허기지는 정책은 내지 말라"(노동부 업무보고), "오늘 보고한 것만 해도 금(錦)은 되는데 그 위헤 첨화(添花)까지 하면 어떻겠느냐"(문화관광부 업무보고), "공무원 직업 하나와 건강증진 도시설계 개선을 관철하려는 운동을 한다는 셈치고 직업을 두개 가져라"(보건복지부 업무보고) 등의 `말.말.말'을 남겼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기자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