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올해 200원권을 새로 발행한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북한에서 화폐개혁이 단행될지 여부가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북한 당국은 지난 2002년 7.1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통해 노동자들의 임금을 15∼20배 대폭 인상했다. 이에 따라 쌀과 옥수수 등 식량을 비롯한 각종 공산품 가격도 크게 올랐다. 7.1조치 이후 물가 상승 압력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북한 당국이 조만간 화폐 개혁을 단행할 것이란 관측이 빈번히 제기됐었다. 여기에다 북한 주민들이 화폐를 지니고만 있고 시중에 내놓지 않는 축장(蓄藏) 성향 때문에 통화가 제대로 흡수되지 않은 것도 회폐 개혁의 필요성으로 지적돼 왔다. 하지만 북한이 7.1조치 이후 200원권 등 새 지폐 5종을 찍어낸 사실이 확인되면서 화폐개혁설은 일단 설득력을 잃게 됐다. 북한 당국이 화폐개혁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굳이 새 화폐를 발행할 필요성이 없다는 점에서다. 북한이 2002년 7월 이후 발행한 새 지폐는 500원권, 1천원권, 5천원권을 비롯해 작년 9월에 발행된 1만원권과 이번에 발행된 200원권까지 모두 5종이다. 북한은 기존의 100원권에 주체 연호가 빠져 있어 2003년에 다시 주체 연호를 집어넣은 100원짜리 신권을 발행하기도 했다. 이중 5천원권과 1만원권 등 고액권은 주로 은행, 저금소 등을 중심으로 오가는 돈으로 일반 주민 사이에서는 거의 유통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7.1 조치는 기존 화폐 제도를 근간으로 해서 출발한 것이기 때문에 화폐 개혁은 이같은 조치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다"며 현 시점에서 화폐 개혁이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박사는 "1천원권을 100원권으로 제한된 액수만 교환해주는 디노미네이션(denomination)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지만 재정이나 인플레이션이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화폐 개혁은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새 화폐의 발행으로 북한에서 현금 유통이 활발해지고 시장 확대를 중심으로 한 경제 개혁 조치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새 지폐의 등장은 북한에서 김일성 주석의 교시로 생긴 `돈은 중요하지 않다'는 고정 관념을 깨고 주민들 사이에서 경제 활동의 매개체로서 돈의 역할이 증대되고 화폐에 대한 개념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설명했다. 최수영 통일연구원 박사는 "아주 간단하게 말하면 북한 내부의 공급(생산) 능력이 제한돼 있는 상황에서 새 지폐의 발행은 임금 및 물가의 대폭 인상에 따른 통화량 급증을 반영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이 새 화폐 발행으로 인플레이션을 잡고 물가를 안정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최수영 박사는 "북한의 인플레이션은 상품 부족에서 기인한 공급 측면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새 화폐를 공급한다고 해도 근본적으로 생산을 늘려 공급을 늘리지 않는 한 물가를 잡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조계창 기자 phillif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