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앞당기기 위한 '선진통상국가 실현'을 핵심 국가 아젠다로 선정,금융 산업 서비스 등 각 분야에서 글로벌 스탠더드(global standard) 도입을 확대해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대기업 외부감사 기능 강화와 해외투자 규제완화 등 1백개가 넘는 세부 과제를 순차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월 취임2주년 국정연설을 통해 강조한 '선진한국'의 비전을 구체화할 또하나의 '로드맵'을 내놓은 셈이지만,일부에서는 '개방화 과속'에 따른 부작용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 '업그레이드' 노 대통령 주재로 6일 열린 대외경제위원회에서 각 부처 장관들은 금융 외환 경쟁 노동 등 각 부문의 제도와 관행을 더욱 빠른 속도로 국제기준에 맞춰 나가겠다고 보고했다. 정부 관계자는 "오늘 회의는 범 정부차원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강화해 나가겠다는 선언을 담은 행사였다"며 "최근 일부 해외언론에서 문제를 제기한 것처럼 한국이 경제국수주의로 흐르는 일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식 시스템에 맞춰 대기업 감사위원회의 이사회 견제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감사위원회를 모두 사외이사로 강제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게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최상목 재정경제부 증권제도과장은 "현재 한국은 감사위원회의 3분의2 이상을 사외이사로 두도록 하고 있지만 미국은 전원이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고 말했다. 또 보건복지부의 반발로 인해 실행을 미뤘던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5%룰(주식 대량보유때 보고 의무화)'적용도 재추진하기로 했다. 외환부문에서는 현재 1만달러 이상으로 돼있는 개인 외환거래내역의 국세청 및 관세청 통보 대상금액을 낮추는 등 '검은 돈'의 유출입은 더욱 엄격히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고급 외국인력이 살기좋은 나라로 선진통상국가 실현을 위해서는 자본 뿐 아니라 인력의 활발한 교류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판단아래 인력이동에 대한 각종 규제를 크게 완화하기로 했다. 우선 외국출생 이중국적자 가운데 첨단기술 보유 등 일정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연구개발·산업현장 등에서의 대체복무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 외국인 중 이공계 석사학위 이상 소지자에게는 유효기간동안 수시 입·출국이 가능한 복수사증을 발급해줘 자유로운 출입국을 돕기로 했다. 외국인력의 한국내 정착을 돕기 위해 영어전용 라디오 방송을 만들고,DMB(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 영어방송을 추진하는 방안도 보고됐다. ○'개방형 인프라' 구축에 박차 노 대통령은 지난달 규제완화 및 개방대상으로 선정된 법률 회계 세무 등 10개 서비스분야에 대해 하반기 중 세부 개방계획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외국 자본을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한 인프라 정비차원에서 창업요건을 완화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정부는 또 시장개방에 따른 산업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한 무역조정법을 제정하고,국내에 설립된 외국병원과 외국학교에 내국인의 입원 및 입학을 허용해 운영을 돕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산업공동화 우려없나 이날 회의에서는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 확대가 산업공동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와 관련,기업내 교역 등을 통한 수출 확대와 고용창출 효과가 더 크다는 점이 강조됐다. 산업자원부는 회의에 제출한 '해외투자의 경제적 효과분석' 보고서에서 지난 2003년 한햇동안 해외 진출기업들과 국내 모(母)기업간 교역으로 68억6천만달러의 무역흑자가 발생,이 기간 중 전체 무역흑자(1백49억1천만달러)의 46%를 기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간연구소 등에서는 공장이 해외로 빠져나가 일자리를 잃게 되는 근로자에게 적절한 전직훈련과 취업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양극화가 심화되고,결국 국내 소비잠재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해왔다. 국내 투자를 촉진하는 규제완화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문이다. 박준동·이정호 기자 jdpower@hankyung.com